[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 경제가 회복중이지만 이를 체감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많지 않다.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줄어든 데다 소비·내수가 중심이 된 미국의 경제 체질 개선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아시아 주요국(일본 제외)의 수출은 달러 환산 기준으로 5% 정도 하락했다. 한국의 자동차에서부터 인도네시아 석탄, 말레이시아 팜유, 싱가포르 제약품 등 각 국가들은 주력 수출업종들이 눈에 띄게 부진한 상황이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증가하고는 있지만 과거에 비해 미약하다. 블룸버그통신은 과거에는 미국 ISM 제조업 지수와 아시아의 대미 수출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금융위기전인 지난 2007년과 금융위기 후인 2010년 대미 수출 증가율은 20~30%대였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11.2%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두 자리 수를 유지하는 중국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10년 30%를 넘었던 대미 수출 증가세는 올해 5%를 간신히 넘었다. 싱가포르,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호주국립은행(NAB)은 이것이 미국의 경제 체질 변화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아시아 대신 멕시코 등 이웃 국가들로부터 더 많은 물건들을 사들이고 있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에너지 수입이 눈에 띄게 줄었고 서비스 산업이 미국 경기회복의 중심에 서있다. 미국인들이 고용, 임금 상승 등으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소비보다는 부채상황에 쓰는 등 소극적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점도 대외 수요회복을 제한하고 있다.
영국 HSBC에 따르면 과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수입은 2%포인트씩 늘었지만 현재는 1%포인트로 반토막 났다. 미국이 아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제품들의 내용 역시 제조업 중심에서 정보기술(IT) 등으로 바뀌고 있다. HSBC는 아시아가 미국의 양적·질적 구조 변화에 맞게 수출 중심 모델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파이분 키티스리캉완 태국 중앙은행 부총재는 "선진국 경기회복이 과거와 같은 수요개선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태국의 수출은 최근 3개월 연속 줄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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