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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내용ㆍ구성 달라”…15년 전 비평과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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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정문순씨 “신경숙 소설은 미시마 작품과 모티브ㆍ구성ㆍ캐릭터 겹쳐”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창비가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의혹에 대응해 17일 낸 보도자료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도 ‘표절이 아니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창비는 18일 사과문에서 “보도자료는 표절이 아니라는 신경숙 작가의 주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면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이 내용과 구성에서 매우 다른 작품이라는 입장을 전하고자 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다”는 뜻을 밝혔다.

‘전설’의 ‘일부 문장’은 충분히 표절 혐의를 받을 만 하지만 ‘내용과 구성’은 ‘우국’과 다르다는 말이다. ‘전설’은 창비에서 1996년에 낸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에 실렸다.


창비 “내용ㆍ구성 달라”…15년 전 비평과 정면충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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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문학평론가 정문순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정씨는 ‘전설’은 거의 동일한 문구 외에 모티브, 줄거리, 구성이 ‘우국’과 비슷하다며 “우연의 일치나 영향 관계로 해석될 여지를 봉쇄해버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예중앙’ 2000년 가을호에 기고한 평론에서 “남편들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때 남은 아내들의 선택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에서 주요 모티브부터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우국’에서 일제 파시즘 시기에 동료들의 친위 쿠데타 모의에서 제외된 한 장교가 대의를 위해 자결한다. ‘전설’에서는 한국전쟁 때 한 남자가 군대에 자원입대한 뒤 실종된다. ‘우국’의 아내는 남편을 따라 죽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전설’의 여자는 남편의 실종 통보를 받고 평생을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보낸다.


정씨는 ‘우국’과 ‘전설’은 “10여개의 비슷하거나 거의 동일한 문구는 물론이고 남편의 죽움이나 참전을 담담하게 수용하는 아내의 태도, 역순적 사건 구성, 서두에 역사적 배경을 먼저 언급하는 전개 방식”이 일치한다고 표절의 근거를 들었다.


정씨의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 글은 평론집 ‘한국문학의 거짓말’에 서도 읽을 수 있다.


앞서 낸 보도자료에서 창비는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가 아주 어렵다”며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라고 공통점을 축소했다. 또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표절시비에서 다투게 되는 ‘포괄적 비문헌적 유사성’이나 ‘부분적 문헌적 유사성’을 가지고 따지더라고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했다.


창비는 사과문에서 표절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공론에 귀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독자들의 걱정과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신경숙의 ‘전설’이 ‘우국’을 일부 문장에 그치지 않고 전체적으로 모방했다는 정씨의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 독자가 많다. 이런 독자의 의문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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