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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시비 끊이지 않는 문학계…과거 사례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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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소설가 신경숙 표절 의혹을 계기로 과거 문학작품의 표절 시비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표절 시비 끊이지 않는 문학계…과거 사례 충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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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시비 끊이지 않는 문학계…과거 사례 충격 .

문학평론가 반경환씨는 2004년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고발한다’는 책을 내고 1987년 나온 이 중편소설이 앞서 1972년 발표된 소설가 황석영씨의 단편소설 ‘아우를 위하여’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반씨는 두 작품은 주제와 등장인물의 성격, 이야기의 구조와 전개방식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아우를 위하여’에서 주인공은 부산의 초등학교에서 서울 영등포의 초등학교로 전학한다. 전학 온 학급에서는 한 악동이 담임이 묵인하는 가운데 학급 친구들을 억압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도 초등학생인 주인공이 전학해 들어간 학급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다.


한 작가는 최근 신경숙 표절 논란 소식을 듣고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다며 페이스북에 2003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삼미 슈퍼스타스의 마지막 팬클럽’을 들었다. 그는 “한 때 하드코어 야구팬이었던 나로서는 그 소설을 사 보고 나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 두 문장 정도 베낀 게 아니라 그 소설은 조금씩 살만 붙였다 뿐이지 아예 5분의 4 정도가 통으로 베낀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원본은 PC통신 천리안에 올라온 ‘거꾸로 보는 한국야구사’였다.


인터넷 정보공유 사이트인 나무위키는 이 사건에 대해 "박민규는 은근슬쩍 얼버무리는 정도로 넘어가서 엄청난 성토를 받았고 결국 표절임을 완전히 인정하지는 않고 소재 차용이라는 식으로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기성 작가가 문학상을 심사하면서 입수한 원고를 자신의 작품에 활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경란씨의 장편소설 ‘혀’와 이승우씨의 ‘지상의 노래’가 그런 공방의 대상이 됐다. 주이란씨는 자신이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단편 ‘혀’를 당시 심사위원 조씨가 본 뒤 표절했다며 저작권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주씨는 조씨의 작품이 제목뿐 아니라 결말 등이 자신의 작품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그러나 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분쟁조정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작가 김주욱씨는 2013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이승우씨의 ‘지상의 노래’가 자신의 신춘문예 응모작 ‘허물’과 인물 캐릭터, 모티프, 디테일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그해 해당 신문의 심사위원이었다. 이씨는 표절 주장에 대해 “참고, 참조한 적도 없다”며 “무의식적으로 표절했을 소지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두 작가는 2013년 각각 이 사건과 관련한 소설을 써내기도 했다. 이씨는 ‘하지 않은 일’이라는 제목으로, 김씨는 ‘표절’이라는 제목으로 냈다.


상상력이 남다른 작가들이지만 ‘기초 원고’를 참고하면 집필의 부담이 덜어지게 마련이다. 작가 이병주(1921~1992)는 대하소설 ‘지리산’을 이태씨의 수기 ‘남부군’의 원고를 참고해 썼다. 원저자 이씨는 1975년 자신의 수기 원고를 한 주간지에 연재하려 했으나 주간지측은 유신 체제에서는 불가하다고 답변한 뒤 원고를 이씨에게 돌려주지 않고 당시 ‘지리산’을 쓰던 이씨에게 건넸다. 원저자 이씨는 “1985년 작가 이씨가 주간지측을 통해 수기를 참고하겠다고 요청해 응했지만 이는 상식적인 참고만 하는 줄 알고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병주씨는 원고를 입수했을 때 원저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에는 포스트모더니즘 사조에 따라 대두된 모방을 거리끼지 않는 ‘혼성모방’ 기법을 둘러싸고 공방이 치열했다.


이인화씨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로 1992년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평론가 이성욱씨는 이 소설이 국내외 작품을 짜깁기한 명백한 표절이라고 비판했다. 이 소설은 곳곳이 공지영.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작품에서 따온 도용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이인화씨는 “내 작품은 어떤 기존작품을 변형시키되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혼성모방 기법을 택한 것으로 도용ㆍ표절 운운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해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박일문씨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작가 장정일씨가 이 주장을 한 문학잡지에 발표했고 그러자 박씨는 장씨 등을 대구지검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아울러 영남일보에 반론을 게재해 자신의 소설은 외국 작품과 전혀 무관하다며 자신을 무뇌아ㆍ정신적 미숙아라고 표현한 장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장씨는 이를 받아 같은 매체에 ‘박일문씨에겐 뇌가 있습니다’라는 반박문을 싣고 하루키의 작품과 박씨의 작품에 나오는 구절을 적시했다. 고소사건으로 이어진 표절시비는 박씨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끝났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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