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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았던 상처 터졌다" 문학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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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논란 일파만파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신경숙(52)이 일본 극우작가 미시마 유키오(1925~1970)의 소설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문학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표절 의혹을 부인한 신 작가와 그를 옹호하기에 나선 출판사 창비를 두고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한편에선 이번 사안에 따른 논쟁 확산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45)는 이번 표절 의혹에 대해 일부 언론들을 통해 "표절이 맞다"며 "(신 작가의 해명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주장"이라 했다. 신 작가가 지난 1999년 발표한 '딸기밭', '작별인사' 등을 놓고 표절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이 교수는 "이는 개인의 윤리의식 결여가 아닌 '정신의 식민화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파악해야 한다"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전직 언론인이자 소설가 고종석 씨(55)는 페이스북을 통해 "신경숙씨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에 대해 창비가 내놓은 입장은 이 출판사가 독자들을 돈이나 갖다 바치는 호구로 봐 왔고, 앞으로도 호구로 보겠다는 뜻이다"라며 "나는 신경숙씨의 입장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다만, 창비의 입장에 대해선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이게 다 신경숙씨가 창비에 벌어준 돈 탓이다. 창비는 한때 거룩했던 제 이름을 돈 몇 푼과 맞바꿨다. 이제 간판 내릴 때 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학평론가 권성우 씨(53)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면밀하게, 정직하게 응시하지 않고는 한국문학이 조금도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한 소설가 이응준씨가) 어려운 입장에 처한다면 기꺼이 그의 편에 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경숙 표절 논란에 따른 논쟁 확산에 대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출판계 한 편집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표절이란 한 작가의 영혼을 예리한 칼로 긋는 행위이고, 단지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깊게 베이는 경우도 많으므로, 문제 제기 자체에서 극도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한 작가의 작품이 표절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의 여부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고, 극히 까다로운 고민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이번 신경숙의 표절여부에 대한 사안에 대해선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같이 논의되는 편혜영 등의 경우에는 언론에 문제로 제출된 작품만 보자면 솔직히 말해서 여론재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무 토막처럼 잘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논란이 된 책('전설')을 출판한 창비가 작가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부분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오히려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는 정도가 좋았을 법했다. 창비가 방패역할을 한 바람에 출판계 문학권력이 이 같은 문제를 낳았다는 시각으로 확대해석할 여지를 줬다"고 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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