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트위터 개설해 사과 촉구…고종석 작가 “이름을 돈 몇 푼과 바꿨다” 질타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창비 직원들마저 신경숙을 옹호한 회사에 등을 돌리나.
작품 다수에서 표절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소설가 신경숙을 두둔한 창비에 비판이 빗발치는 가운데 각각 창비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창비직원A와 창비직원Z의 트위터 계정이 17일 개설됐다. 이들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회사가 발표한 입장이 부끄럽고 실망스럽다”며 “회사가 하루빨리 입장을 철회하고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창비직원A 계정의 트위터리언은 “출판사 창비에서 일하는 직원 A”라며 “신경숙 작가의 단편소설 ‘전설’의 표절 논란과 관련해 오늘 회사가 발표한 입장이 부끄럽고 실망스러워 계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백낙청 선생님이 올해 신년사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창비 직원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세우자’고 했는데 지금 이 사태 앞에서 저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업무를 보아야 하느냐”고 했다. 또 “백 선생이 ‘특히 간부급은 갑질의 유혹에 놓이지 말자’고 했는데 오늘 회사의 기괴한 입장 표명이 바로 한국문학에 대한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겠나”라고 반문했다.
같은 날 ‘창비직원Z’는 “창비직원A의 용기에 힘 입어 계정을 만든다”며 “한 동료가 창비가 아니라 창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라고 묻고 “하루 빨리 회사가 입장을 철회하고 사과할 것을 바란다”고 적었다.
이날 창비는 신경숙의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 표절 의혹에 대해 “일본 작품은 극우 민족주의자인 주인공이 천황 직접통치를 주장하는 쿠데타에 참여하지 못한 후 할복자살하는 작품이며, 신경숙의 '전설'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과 전쟁 중의 인간 존재의 의미 등을 다룬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창비는 표절이라고 지적된 부분은 “일상적인 소재인 데다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독자들은 온라인에서 이 옹호가 합당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창비의 해명을 ‘물타기’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응준씨 글 어디에서 전체를 표절했다고 했나?”라며 “장황하게 얘기하면서 물타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어디까지 베껴야 표절이라고 보는 것”인지 반문하고 “노래도 두 마디 같으면 표절이라고 난리인데, 창비 논리라면 노래 반쯤이 비슷해야 표절이라는 것인가”라고 힐문했다.
고종석 작가는 창비의 해명에 대해 “우주적 궤변이자 창비의 타락”이라고 일갈했다. 고 작가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창비가 내 인내심을 허물어뜨렸다”며 “창비의 입장은 지적 설계론 찜쪄 먹을 우주적 궤변”이라고 조롱했다.
이어 “이게 다 신경숙씨가 창비에 벌어준 돈 탓이다. 창비는 한때 거룩했던 제 이름을 돈 몇 푼과 맞바꿨다”며 “신경숙씨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에 대해 창비가 내놓은 입장은 이 출판사가 독자들을 돈이나 갖다 바치는 호구로 봐 왔고, 앞으로도 호구로 보겠다는 뜻”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나는 신경숙의 입장엔 관심이 없지만 창비의 입장에 대해선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면서 “창비의 의견을 창비 편집인인 백낙청 선생의 의견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 창비가 곧 백낙청인 만큼 창비의 타락은 백낙청의 타락”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는 ‘창비는 그 이름을 반납해야 한다’ ‘창비도 어쩔 수 없구나’ ‘오히려 그동안 품었던 창비에 대한 의심이 확인된 기분’ ‘이게 표절이 아니라면, 한국 소설은 앞으로 짜깁기로 말라죽게 될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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