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자금력이 취약한 인수자가 적대적 인수합병(M&A)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피에스엠씨 최대주주 리차드앤컴퍼니는 지난 12일 회사를 상대로 장부등 열람허용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리차드앤컴퍼니는 엔지케이파트너즈 및 특수관계인들로부터 지분을 장외매수해 이달 1일 피에스엠씨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지분 추가매집으로 현재 689만396주(지분율 18.12%)를 보유 중이다.
이들은 회사를 상대로 경영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해 사내·외이사 및 감사에 리차드앤컴퍼니측 인사를 포함시키고, 회사 재무자료를 공개하라는 것. 리차드앤컴퍼니 관계자는 “신사업 제안 검토 외에는 사측이 해당 요구를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단호하다. 피에스엠씨 관계자는 “대리인을 통해 법적 절차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대주주의 지분 투자가 경영진과 교감없이 이뤄진 영향이 크다.
피에스엠씨는 올해만 2번의 최대주주 변경을 겪었다. 4월 중순 엔지케이파트너즈가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14.7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오르더니 불과 6주 뒤 리차드앤컴퍼니 측에 지분을 넘겼다.
그러나 현 경영진은 인수자에게 경영권을 내어줄 의향이 없어 보인다. 강대균 대표의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은 14.53%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진의 보유지분은 여전히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인수자의 행보는 미심쩍다. 리차드앤컴퍼니 측은 적대적 M&A를 자인하며 오히려 “M&A 시도가 실패하거나 이를 철회할 경우 일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지 않겠느냐”며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분확보 경쟁에 뛰어드는 추격매수 수요를 노린 주가부양 시도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당초 리차드앤컴퍼니 등기임원들은 지난해 여름 코스닥 상장사 신후(옛 케이엠알앤씨)에 경영 참여를 시도했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신후가 투자금 조성과 함께 경영진 확대를 위한 임시 주총을 열었으나 두 차례 논의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리차드앤컴퍼니가 설립된 건 신후에 대한 경영 참여 시도가 불발된 8월로부터 머지않은 지난해 9월 중순이다. 통상 인수를 목적으로 세워진 법인의 자본금이 몇 천만원에 불과한 것에 비춰보면 이들의 자본금 1억6000만원은 불발탄인 셈이다.
그렇다고 인수여력이 충분치는 않다. 리차드앤컴퍼니는 직전 최대주주로부터 피에스엠씨 주식 645만7169주(17.06%)를 45억2000만원에 넘겨받았다. 이 중 자기자금은 3%에 불과하다. 나머지 자금은 세종저축은행에서 받은 주식담보 대출 37억원 및 추후 자본금으로 전환될 투자자들의 선투자대금에 의존했다. 이후 지분 추가매집 재원 역시 세종저축은행을 통한 주식담보 대출에 의존했다.
직전 최대주주 역시 1.6%에 불과한 자기자금에 빌려온 돈과 전환사채로 끌어다 쓴 자금으로 투자했다가, 이를 다시 리차드앤컴퍼니가 넘겨받은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연초 300~400원에 그치며 동전주 신세를 면치 못하던 피에스엠씨 주가는 인수세력이 개입한 4월부터 급등세를 탔다. 15일 종가기준(1425원) 올해 들어 329% 뛰어 올랐다.
리차드앤컴퍼니의 평균 취득단가는 700원에 불과해 곧장 손을 털고 나서더라도 100% 이상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다.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추격매수를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