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사가 장애아 통합어린이집 8개소 직접 찾아가 음악교육 진행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영등포구의 한 어린이집.
‘산도깨비’ 국악 동요에 맞춰 꼬마 세 명이 장구를 친다. 음악치료사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아이들은 고사리 손을 들며 “저도 해볼래요!”하고 크게 외친다.
선생님은 아이들 눈을 하나하나 맞추며 노래와 율동을 가르쳐주고, 여러가지 악기를 같이 두들기고 흔들며 연주도 한다.
아이들이 듣고 있는 이 수업은 장애 아동을 위한 ‘뮤직 플러스’ 음악치료 프로그램.
영등포구(구청장 조길형)는 장애 아동의 신체적, 정서적 기능을 높이고 감각 및 언어 발달을 돕기 위해 지난 5월 말부터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나섰다.
음악치료는 이미 치료의 한 분야로 인정되고 있으며 개스턴(Gaston)과 시어즈(Sears) 같은 외국 학자들은 치료의 효과성을 전문적으로 입증하기도 했다.
실제로 장애 아동들에게 음악치료를 정기적으로 실시한 결과 정서적 발달을 돕는데 효과적이라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구는 이런 효과에 주목해 음악치료를 장애 아동 프로그램으로 도입하게 됐다.
프로그램은 서울시 장애아 통합보육활성화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내 장애아 통합어린이집 8개소의 44명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오는 12월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음악치료는 음악치료사가 주 1회 어린이집을 찾아가 2~3명의 장애 아동 소그룹과 함께 악기를 연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장애유형별로 맞춤형 치료를 하는 것이다. 발달장애, 언어장애, 시각장애, 자폐, 뇌병변 등 장애유형에 따라 장애 아동을 소그룹화하고 이에 맞춰 교육훈련을 한다.
언어장애를 가진 아동에게는 멜로디언 연주로 발음치료와 호흡 훈련을, 발달장애 아동에게는 장구를 통해 집중도와 상호작용을 높이는 훈련을, 시각장애 아동에게는 탬버린으로 촉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훈련을 맞춤형으로 진행하는 식이다.
치료에 사용되는 음악은 장단이 있는 역동적인 국악을 주로 활용한다. 구는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중앙대학교 국악교육대학원과 협력을 맺어 전문 음악치료사도 확보했다.
또 악기도 다양하게 준비해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장구, 소고, 탬버린, 마라카스, 에그쉐이크, 클라베스 등 여러 악기를 연주하며 청각, 시각, 촉각 등 오감과 운동감각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음악치료는 의사소통과 상호교류가 어려운 장애 아동에게 내재된 욕구를 외부로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실제로 음악치료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음악치료사 박리라 선생님은 “처음에는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려워 구석에만 있던 아이가 이제는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매주 눈에 띄게 달라지는 아이들의 변화가 놀랍다”라며 음악치료 소감을 밝혔다.
구는 프로그램 운영에만 그치지 않고 치료 전후 비교분석을 통해 치료방법을 보완해 갈 예정이다.
그리고 올 연말에는 장애아 통합어린이집 학부모를 대상으로 음악치료에 참여한 아이들이 직접 선보이는 ‘작은 음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잠재적 가능성이 무한한 아이들에게 음악치료를 통해 신체와 정서 발달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장애 아동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가겠다”고 전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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