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급격히 확산된 주요 원인으로 환자들이 병원을 옮겨다니는 '의료쇼핑'을 비롯한 우리나라 고유의 병원 문화가 지목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의 합동조사팀은 13일 오전 세종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일간 국내 메르스 상황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합동조사팀은 우선 국내 메르스의 빠른 확산세와 관련 의료쇼핑과 환자가 넘치는 응급실 등 의료관행을 꼽았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이날 "감염자가 의료기관을 찾아다니면서 방비가 안된 의료진이 환자를 보면서 병원전파가 일어났다"면서 "환자와 가족, 문병객 등의 문화는 다른 나라와 다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2차 유행의 근원지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사례를 들며 "감염된 사람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바이러스 감염 확률이 늘어났고, 감염된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해 다른 사람을 감염시켰다"면서 "철저한 예방조치를 갖추고 있더라도 (응급실과 같은)매우 환자들로 붐비는 곳에선 예방조치가 이행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의 강력한 점염력으로 인해 제기된 공기 감염이나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합동조사단 한국 측 단장인 이종구 서울대의대 교수는 "일정한 장소에선 공기감염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지역사회의 전파를 일으킬 만한 요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게이지 사무차장도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더욱 강해진 바이러스로 변이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에서 메르스의 역학적인 양상은 중동지역 병원에서 발생했던 메르스 유행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합동조사단은 또 메르스의 전염력보단 정보 부족에 따른 사회혼란을 더 큰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이 교수는 "위기상황에선 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정보의 비대칭"이라며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한데 초기에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초기대응을 실패의 원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메르스 유입 초기 바이러스가 노출되 병원을 공개하는 등의 투명한 대응을 하지못해 불필요한 루머가 생기면서 대응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다.
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거버넌스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혼란을 초래한 점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원 동원 문제 등도 메르스 확산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교수는 "당초의 메르스 증세는 폐렴을 동반한 중증 질환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메르스 감기'라고 할 정도의 질환"이라면서 국가 재난 수준이 아닌데 재난으로 관리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과도한 공포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게이지 사무차장은 "이번 메르스는 학교에서 감염되지 않는데 학교수업을 중단하면서 학무모가 어려움을 겪고 두려움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면서 "학교수업의 재개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해선 후한 평가를 내렸다. 게이지 사무차장은 "어떤 국가도 새로운 감염병이 들어오면 처음에는 조정 시기가 있다"면서 "초동 대응이 이뤄진 이후 점점 조치가 강력해지는 등 대응이 나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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