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좌충우돌 교통사고(?) 체험기…"기껏해야 시속 40㎞라고?"

시계아이콘02분 34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좌충우돌 교통사고(?) 체험기…"기껏해야 시속 40㎞라고?" 대리석 타일에 물을 뿌려 눈이 다져진 길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다. 시속 40㎞로 대리석 바닥의 곡선 주로를 돌자면 차가 중심을 잃고 꽁무니부터 돌아간다. VDC 같은 차체자세제어장치도 무용지물이다.<사진=교통안전공단>
AD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 가보니~

[상주=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차가 급정거하면 충격을 얼마나 받을까요?"


교통 안전교육을 받으러 왔지만 안전띠는 매지 않았다. 뒷좌석에 앉았기 때문에 평소 습관대로 했을 뿐이다. 별다른 지적을 않던 교통안전교육센터 교수가 묻는다. "몇 ㎞로 주행하다 급정거 할까요?". 교육생으로 경북 상주의 교육센터를 찾은 기자는 호기롭게 "40㎞"를 외쳤다. 그 정도는 돼야 제대로 교육효과를 볼 것 같았다.

"그러면 중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 시속 15㎞에 합의(?) 했지만 그 속도에 급제동을 하기 위해 준비할 게 많았다. 아반떼 승용차 시트(좌석) 제일 안쪽에 엉덩이를 바짝 붙였다. 양손을 굽혀 들어 얼굴을 가렸다. 마음의 준비도 했다.


'쿵'. 얼굴을 가린채 조수석 머리받침(헤드레스트)에 부딪혔다. 조수석에 무릎을 부딪혀 아팠지만 처음에 40㎞를 외쳤던 터라 티 내지는 못했다.


몸도 마음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급제동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갑자기 집에 있는 아이들 생각이 났다.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안전띠도 안채우고 10년 넘게 도로를 달렸다.


한번 더 급제동을 했지만 처음보단 충격이 덜했다. 하지만 조수석에서 안전띠를 채우지 않고 있었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엔 안전띠를 채우고 속도를 더 높여 급제동했다. 충격은 미미했다.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데 저절로 안전띠에 손이 갔다.


◆실패를 교육하는 센터?=자유훈련코스에서 지그재그로 운행하며 라바콘(가죽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고깔 모양의 장애물)을 몇 개 넘어뜨린 후 곡선제동코스로 이동했다. 대리석 타일에 물을 뿌려 빙판길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는데 눈이 와서 다져진 정도의 상태라고 한다.


시속 40㎞로 대리석 바닥의 곡선 주로를 도는데 갑자기 중심을 잃고 꽁무니부터 한바퀴를 돌았다. 차에는 VDC(차량 스스로 미끄럼을 감지해 각각의 바퀴 브레이크 압력과 엔진 출력을 제어하는 장치)라는 차체자세제어 장치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낭떠러지라고 생각해보세요"라고 옆에서 거드니 섬뜩했다.


박승호 교통안전교육센터 교수는 "정상 상태의 아스팔트 도로의 마찰계수가 0.8뮤라면, 빗길은 0.5~0.6, 눈길은 0.3 정도"라며 "기껏해야 40㎞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직선제동코스는 차가 멈추는 구간 왼쪽에 아스팔트를, 반대편엔 대리석 타일 바닥을 만들어 물을 뿌려놓은 곳이다. 비오는 날 지하철 공사현장 부근 복공판 위를 지나거나 군데군데 눈이 덜 녹은 도로를 지날때의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박 교수는 "ABS(미끄럼방지장치)나 VDC가 회전을 막아주지만 제동거리가 길어져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더 위험할 수도 있다"며 "성능만 과신하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좌충우돌 교통사고(?) 체험기…"기껏해야 시속 40㎞라고?"


위험회피코스에선 50㎞로 주행하다 빨간 불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생각처럼 제동이 되지 않아 차가 8m 이상 밀렸다. 후방 충돌 상황을 가정한 차체제어코스에선 인위적으로 차 뒷쪽에 충격을 가하자 차가 복원력을 회복하지 못해 교육장 밖으로 튕겨나갈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스스로의 운전능력이나 인지능력을 점검해 볼 수 있었다는 것도 이날 성과 중 하나다. 교육을 담당한 박 교수는 "이곳이 바로 실패를 교육하는 곳"이라며 위로했다.


◆내년엔 경기 화성에 수도권 교육센터 문 열어=교육장에서 여러 유형의 교통사고를 미리 경험한 것인데 날씨나 도로 여건에 따라 속도를 줄이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돌발상황이나 극한상황을 만들어 운전하다보니 교육용 차량의 타이어 수명은 1년 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2009년 3월 문을 연 교통안전교육센터는 경북 상주시 청리면 청리일반산업단지에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나 청주~상주간 고속도로, 3번 국도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데 서울시내에서 210㎞ 정도 떨어져 차로 2시간 이상 달려야 닿을 수 있다. 먼 곳에 센터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건 당시 수도권 규제때문이다.


30만㎡ 부지에 260억원 정도 들여 12개의 실외 체험코스와 3차원 시뮬레이터 15대를 갖춘 실내 체험장, 숙소동(생활관) 등을 갖췄다.


지난 7년 간 8만5500여명 정도가 이 곳을 다녀갔는데 해마다 인기가 높아져 지난해엔 2만2300여명이 교육을 받았고, 올해 교육생은 2만7000여명 정도로 예상한다.


12명의 교수가 가르칠 수 있는 연간 적정 교육인원은 1만8000여명 정도다. 하지만 전국에 한 곳 밖에 없는 탓에 당분간은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일본만해도 비슷한 규모의 교통안전교육센터가 10곳 정도 있고, 자동차 회사 등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곳도 있다.


다행히 교통안전공단은 내년 7월 개관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에 수도권체험센터를 짓고 있다. 전남 나주시나 강진군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돈이 문제다. 이 곳 센터는 외환위기 이후 분양을 못한 산업단지에 입주한 덕에 현재 무상임대로 있지만 임대기간이 끝나는 2009년이면 매입이나 유상 임대를 결정해야한다.


교육비(하루 기준 9만2000원)가 원가에 못 미치는 탓에 센터 운영에서는 매년 10억원씩 적자가 쌓인다. 해마다 20%씩 교육생이 늘고 있지만 교육인력을 오히려 줄여야했다.


좌충우돌 교통사고(?) 체험기…"기껏해야 시속 40㎞라고?" 교통안전교육센터 전경


백정기 센터장은 "교육 후 설문조사를 해보면 교육 만족도가 95% 정도로 높다"며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생각한다면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안전에 대한 투자는 전혀 아깝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이 교육생들을 추적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육전과 후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52%나 줄었다. 교육은 하루 8시간짜리 기본교육과 1박2일 16시간짜리 심화과정, 2~3일짜리 자격취득과정 등으로 이뤄져 있다.


중상이나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나 운수업체 신규채용자는 이 곳에 와서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서울시나 울산시 공무원들이 단체로 오거나 군인이나 경찰, 소방서에서는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교육을 받으러 온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