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염려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80% 급감
명품 매장 할인에도 손님없어 한산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 최서연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훑고 간 상처는 컸다. 오히려 더 깊어져 가고 있었다. 주요 시내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로 시도 때도 없이 붐볐던 때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한산했다. 여행을 앞둔 소수 내국인들만이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11일 정오께 찾은 롯데면세점 소공점. 9층 입구부터 한산한 분위기가 예전과 사뭇 달랐다. 이곳은 요우커가 제일 많이 찾는 명동에 위치해 쇼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던 곳이었다. 면세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직원들이 매장 앞에 나란히 서서 고객을 기다리는 모습이 낯설었다. 수개월 전 50여명의 인파가 줄을 길게 늘어섰던 설화수 매장에도 마스크를 쓴 2~3명의 요우커뿐이었다.
한 향수 매장 직원은 "아무래도 손님이 예전보다 80~90% 줄었다"며 "어제보다도 오늘이 더 적고 메르스 때문에 나날이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국 손님들은 그래도 쇼핑하기 편해졌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실제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과거 중국어 대화소리로 가득 찼던 면세점에는 간간히 익숙한 한국어 담소 소리만이 귓가를 울렸다.
요우커족을 위해 채용한 중국인 직원도 응대할 고객이 적은 탓에 서툰 한국어로 고객을 맞고 있었다. 한 화장품매장 직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40~50대로 대개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다"며 "이번 메르스 사태로 단체관광이 바로바로 취소돼 아예 한국 들어오는 인파가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요우커족에게 인기가 많아 9층, 11층에 각각 하나씩, 총 2곳의 매장을 지닌 설화수와 후 매장도 파리 날리기는 매한가지였다. 한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워낙 많이 찾아서 한 면세점에 매장을 두 곳이나 운영하고 있는데 요새 잘 안 된다"며 "매출이 걱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국인들은 한가해진 면세점이 싫지만은 않은 분위기였다. 한 50대 여성은 "오늘은 곧 여행 갈 예정인 실수요자만 간간히 있는 것 같다"며 "한국어가 더 많이 들리고 한가해서 좋다"고 귀띔했다.
분당에서 부모님과 함께 면세점을 찾은 김지현(28)씨는 "가족끼리 일본 여행가기 전에 알아볼 제품이 있어서 왔는데 손님이 적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더 친절하게 응대해주는 느낌이 있다"고 전했다.
같은 시간, 잠실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도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매장마다 손 세정제가 비치돼 철저한 위생관리 상태를 보여줬지만 한산하기만 했다. 프라다매장은 최대 30% 세일을 하고 있었지만 손님이 단 한명도 없었다. 프라다 직원은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손님이 엄청 많이 줄었다"며 "오늘 손님이 고작 10명 왔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샤넬 매장도 찾는 고객이 없는 탓에 손이 빈 직원들이 물건 정리만 하고 있었다.
8층 화장품 매장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선글라스 매장 직원은 "화장품 중에서도 특히 '후'나 '설화수'는 평일에도 북적거렸고 주말에는 줄을 서는데 요 며칠 새 메르스 탓에 고객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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