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인하하면서 내외 금리 차 축소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인하 희석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르면 9월이나 연내 금리를 올릴 것으로 관측돼서다.
11일 한은 금통위는 6월 기준금리를 연 0.25%포인트 내린 1.50%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로 점쳐지는 Fed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Fed이 금리를 내리는데 우리나라가 금리를 올리면 '금리역전' 현상으로 우리나라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외국인들은 자금 투자 시 내외금리 차와 환율을 가장 많이 고려한다. 우리나라 시장금리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거나 원화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야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날 채권시장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했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0일 오전 한국의 10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2.425%로 미국 10년물보다 0.01%포인트 더 낮게 형성됐다. 양국 국채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06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입 규모를 예상할 수 있었던 시기를 2004년 10월 전후로 본다. 당시 미국은 통화긴축으로 2004년 한 해 동안 기준금리를 연 1.00%에서 2.25%로 1.25%포인트로 올린 반면 한국은 3.75%에서 3.25%로 0.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이 영향으로 10년물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2004년 9월29일 기준 -1.86bp(1bp=0.01%포인트)로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로 내려간 이후 9거래일 동안 역전된 상태를 지속했다. 10월4일 -28.84bp까지 내려갔다가 7일에야 -10.16bp가 됐고 8일 10.74bp로 올라섰다. 김민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미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났던 2004년 절대금액 규모는 작지만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고가 약 4조원에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6월 금리인하가 외국인 자본 유출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급격한 자본유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신흥국들과 달라) 그 규모가 크거나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내외금리 차를 문제로 금리인하를 하기 어려워 할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우리나라 금리는 내렸지만 Fed의 금리인상이 오는 9월이나 연말쯤으로 점쳐지면서 금리인하 효과가 희석될 것이란 우려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금리는 미국 장기금리를 따라간다"면서 "과거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가 지금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Fed가 금리를 올리면 그에 따라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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