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신규 감염자수가 지난 주말 정점을 찍은 뒤 급감했지만 하루 만에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메르스가 대유행으로 번질지, 진정세로 돌아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확진자와 접촉한 '숨은 격리대상' 관리가 이번 사태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10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가 발표한 신규 확진자 13명 가운데 10명이 지난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삼성병원 확진자는 총 47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에는 전날 서울 강남구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찾아왔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104번째 환자(55)와 같은 날 이대목동병원에서 발견된 98번째 환자(58)도 포함됐다. 이들 모두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후 삼성병원으로 옮긴 14번 환자(35)와 접촉해 감염됐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들 환자처럼 삼성병원처럼 응급실에서 감염된 환자들이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모른채 병원들을 옮겨다니는 점이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의 경우 방문자 기록을 별도로 작성하지 않아 격리대상에서 제외됐을 수 있다"면서 "메르스 감염 사실을 모르고 이병원, 저병원으로 옮겨다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격리대상 관리가 여전히 느슨한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격리대상자가 요양병원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전날 확진자로 발표된 94번 환자(71)는 지난달 15일 폐렴으로 인천의 한 요양병원을 거쳐 동탄성심병원에 입원했다 메르스 감염된 뒤 다시 퇴원해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지난 7일 확진 판정을 받은 76번 환자(75ㆍ여)도 요양병원을 거쳤다.
지금까지 확진자들은 모두 9개 병원에서 감염됐지만 거쳐간 병원은 28개에 달한다.
특히 '슈퍼 확산자'로 꼽히는 14번 환자(삼성병원 확산자)와 15번 환자(동탄성심병원 확산자), 16번 환자(대전 대청병원ㆍ건양대병원 확산자)의 경우에도 본인의 감염 여부를 모르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다. 전문가들은 본인 자신도 모르는 격리 대상자들을 관리하는 것이 메르스 확산을 막는 지름길이라며 국민 스스로 메르스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등 노출 병원을 찾은 환자나 보호자들은 증상이 나타나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지 말고 바로 보건소로 연락해달라"고 당부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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