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6509억원 유상증자에 자본은 2500억원 줄어…영업익 감안하면 1조원 증발
그룹지배권 유지 목적에 부실계열사 지원 탓
이번 유상증자도 계열사 지원에 쓰일 가능성 제기"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쉰들러홀딩스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1.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쉰들러는 9일 "이전에 실시한 유상증자 등 과거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되는 자금이 현대상선을 비롯해 현대엘리베이터의 핵심 사업과 무관한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주주들에게 지속적으로 손해를 야기하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4월29일 이사회를 개최해 '운영자금' 확보를 명목으로 총 2645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는 2011년 이후 다섯 번째 유상증자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4년간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015년에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영업 현금흐름이 긍정적일 것으로 가정했을 때 현대엘리베이터의 현금 잔고는 2015년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를 상환한 후에도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부채 상환 이외에도 현대엘리베이터는 예정된 유상증자의 목적으로 ‘원재료 매입 및 외주비 지급 비용 마련’과 중국 상하이 현지법인을 위한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 등 두 가지를 공시했지만, 앞서 제기한 바와 같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최근 현금잔고과 영업이익 예상치는 투자 소요액을 충당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것으로 파악돼 공시된 유상증자의 목적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3년간 단 한 차례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히려 최근 4년간 4회에 걸쳐 ‘운영자금 확보’ 명목으로 총 6509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주주들로부터 자금을 출연받았다는 설명이다.
1조원 이상이 주주이익에 반하게 사용됐다고도 지적했다. 쉰들러는 "회사를 정상적으로 경영했다면 회사의 자기자본(자본총계)이 최소 6509억원 증가했어야 함에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자기자본은 2010년 말 기준 약 6242억8000만원에서 2014년 말 현재 약 3716억원으로 오히려 2500여억원 감소했다"며 "불과 4년 만에 현대엘리베이터에서 90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이 증발했고,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마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쉰들러는 "여러 공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1조원 이상의 자금 증발이 발생한 것은 소수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의 그룹 지배권을 유지할 목적으로 무리하게 파생금융계약을 체결하고, 부실 계열회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은 그 동안 단기간 내 수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소수투자자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켜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쉰들러는 1874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와 관련한 서비스 분야의 글로벌 기업이다. 2014년 매출은 92억스위스프랑(약 10조8000억원)이었다. 쉰들러는 전 세계 100여개국에 걸쳐 5만4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쉰들러의 모빌리티 솔루션 제품과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10억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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