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 메르스 사태 '원격 진료' 필요성 대두
-하지만 현재 정부가 발의한 법으로 메르스 예방 어려워
-감염병에 대한 새로운 원격 진료 연구 선행돼야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이 병원 내 감염으로 확산되자 여당이 '원격 진료' 추진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원격 진료는 야당과 의료계의 반발로 법제화에 제동이 걸린 바 있어 메르스를 핑계 삼아 추진한다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국회 메르스 대책 특위를 중심으로 원격 진료 도입을 재추진하고 있다. 메르스가 병원 내 감염으로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또 첫 발병 환자를 진료했던 의사가 메르스에 감염되었고,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던 의사도 바이러스에 노출되자 원격 진료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판단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원격의료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면서 앞으로 메르스 특위에서 같이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격 진료는 의료계 총파업까지 불러오며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사안이다. 원격 진료는 환자가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TV나 인터넷을 통해 의사와 연결하여 받는 진료를 말한다. 원격 진료는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애타게 도입을 강조하는 '최우선 순위 사업'이다. 반면 의료계와 야당은 의료 영리화로 가는 지름길이고 보완이 취약할 수 있다며 극심하게 반발해왔다. 원격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6개월 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는 것으로 조정돼 국무회의를 겨우 통과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1차 시범사업을 지난 3월 중 종료하고, 의료 취약지·원양 선박·군부대·교정 시설까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번 메르스 사태와 원격 진료 도입 필요성의 연관성 여부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와 원격 진료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의료법 개정안은 병원 접근성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극히 제한적으로 원격 진료를 도입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기존 의사-의사 간 원격 진료에서 대상을 확대해 섬·벽지 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 또는 장애인 등에 대해서 의사-환자 간 진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병원의 접근성이 어려운 의료 사각지대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법과 크게 인과 관계가 없다는 지적이다.
원격 진료가 감염병에 걸맞는 방법인지도 의문이 나온다. 감염병을 원격 장비와 모니터로 판단해 진료할 경우 전염의 위험성은 떨어지지만, 제대로 판단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보건복지위 소속 전문가는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극히 제한적인 사람들에게 운영하는 것이라 관련 법과 메르스 사태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의사 출신인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방에 있는 병원과 서울에 있는 병원 간의 문제라면 이는 현행 법에서도 할 수 있다"며 "메르스 사태의 원인인 감염 여부를 전화나 TV로 진단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감염병을 멀리서 진단하고 판단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다"며 "원격 진료가 쓰이려면 자가 격리자들에 대한 점검 정도로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여당에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복지위 소속 여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말한 것이지만 메르스와 무슨 인과 관계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메르스 사태와 연결하려면 새로운 의료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메르스 사태와 원격 진료를 연관시키려면 이번 감염병 문제에 맞는 새로운 내용의 원격 진료법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메르스 사태를 이용해 꼼수로 의료법 개정안을 넘긴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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