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통령 거부권 막기 위해 시간벌기…다른 법안도 늦춰져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당청 갈등의 원인인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이송이 연기되면서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50여개 법안들도 덩달아 발목이 잡혔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국회가 '시간 벌기용'으로 법안 이송을 늦추면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등 주력 법안들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의화 국회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달 중순 미국 순방 일정을 고려해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이송 시점을 늦출 계획이다. 정 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국무회의가 열리는 오는 9일에 맞추려다 보니까 너무 촉박하더라"며 "(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온 뒤에 편안하게 판단하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과 함께 이송되는 50여개 법안들도 오는 23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9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처리될 법안들이지만 시행까지 2주 이상 늦춰지게 된 것이다. 여야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막는 시간을 번 셈이지만 당청 간 갈등으로 애꿎은 법안들이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정부ㆍ여당이 우선순위로 추진해 온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정작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당청 갈등으로 '주객전도'가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29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은 50여개 법안들이 줄줄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과 연계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기구와 특위는 활동기한이 오는 10월 말까지지만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를 재획정해야 하는 선거구획정위원회도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공포되지 않아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각종 민생법안도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다. 담뱃갑에 경고 그림과 문구를 의무화한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취업후학자금상환특별법도 빛을 보지 못해 학자금 대출 상환 의무자 8만여명이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을 순직자로 인정하는 군인사법 개정안,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강화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등도 묶여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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