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서면조사는 (특정) 단계가 아니라 수사의 한 기법으로 이해해달라."
성완종 리스트 검찰특별수사팀이 리스트 속 6인의 서면조사를 발표하며 남긴 말이다.
하지만 검찰의 말은 실상과 결이 꽤나 다르다. 검찰이 '수사기법'이라고 표현한 서면조사는 대상자로서는 의혹에서 빠져나갈 변론기법이기도 하다. 수사 물망에 오른 이는 서면으로 신중하게 답변할 시간을 벌 수 있고, 변호인의 조력으로 불리한 답을 배제할 수 있다. 유명인은 '범죄자'라는 인식이 각인되는 것을 피할 수도 있다. 변호인들이 의뢰인에게 "검찰이 소환통보를 하더라도 불출석 사유서를 낸 뒤 서면조사를 받으라 권유한다"고 밝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4일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이 마무리하는 리스트 속 6인의 서면조사는 "뻔하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를 마무리 하려는 요식적 절차라고 읽히는 탓이다.
최근 언론이 밝힌 서면질의 내용도 "수사기법 중 하나"라는 검찰의 주장을 허문다. 요지는 "성완종 전 회장을 어떻게 아느냐","돈 받았나", "왜 이름 적혔나" 등인데 예리하지 못하다. 이를 보고 리스트 속 6인이 곱게 "제가 돈 받았습니다. 받은 증거는 이런 것들입니다"라고 할까.
다만 일말의 여지는 있다. 검찰은 새누리당 대선 캠프 관계자를 5차례나 불러 조사했다. 그에게 얻은 증거를 리스트 속 인물 중 대선캠프에 관여한 리스트 속 인물이 제출한 답변과 대조해 수사를 키울 수도 있다. 검찰의 '수사기법론'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검찰로서도 증거수집이 어려운 망자(亡者)에 대한 수사에 고충이 있다. 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을 틈타 검찰이 서면질의 뒤 이 의혹 수사를 접는다면 다음과 같은 비판섞인 물음과 마주해야할 처지다. "당신들은 검찰입니까, 리스트 속 인물의 변호인입니까?"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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