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공포에 휴업을 선택하는 학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복지부가 학교 휴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교육단체에서는 학교장이 휴업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놓아 학교 휴업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3일 오후 5시 기준으로 4일 휴업을 결정한 학교는 전국 544곳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휴업 학교 수는 276곳이었던 것에 비하면 불과 2시간 만에 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휴업하는 학교가 이렇듯 급격히 증가한 것은 교육부가 예방적 차원에서 학교장이 휴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데 있다.
이날 오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서울정부청사에서 서울·경기·충남·충북 교육감과 긴급 회의를 갖고 '메르스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학교장이 교육청과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적극적인 예방 차원에서 휴업을 결정하도록 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황 부총리는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보건당국은 현재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교육부에 알려왔지만, 학교는 학생이 모여 있는 곳이고 학생의 생명과 건강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므로 '경계' 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황 부총리의 발언과 예방대책은 메르스 확산 이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반응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브리핑에서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일선에서 일부러 학교를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브리핑에 참석한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도 "메르스는 전염률이 낮고 학교와 메르스가 무관하다"며 휴업조치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학교 휴업 조치를 두고 교육부와 복지부가 엇갈린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학교 현장에서도 교육부와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맹(교총)은 이날 시·도 교총사무총장 연석회의를 열고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교총은 "명확한 지침없이 보건전문 지식이 부족한 학교장이 휴업을 판단하는 것은 예방대책 마련과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휴업을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의학적 정보와 자료를 일선 학교에 제공하고 교육당국 차원의 통제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학교 휴업을 둘러싸고 발생한 정부 부처간 엇박자와 교육단체의 반발이 이어지자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는 휴업 결정에 또 다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4일 휴업을 결정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오전 중으로만 학부모들로부터 강력 조치를 건의하는 수십통의 전화를 받았다"며 "학부모들이 예상보다 많이 불안해하는 만큼 (메르스가) 발견되기 전에 임시휴업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