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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이 홀로서기…기업, 독자등급 도입에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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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이르면 내달 실시

엄마 없이 홀로서기…기업, 독자등급 도입에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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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기업들의 '민낯'을 공개하는 독자신용등급(이하 독자등급)이 이르면 내달 실시될 전망이다.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과 직결되는 독자등급 도입을 앞두고 업종별, 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건설과 조선, 여신전문금융사들은 등급 강등을 걱정하는 반면 제조사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애초 이달 도입 예정이었던 독자등급은 7월 이후로 시행이 늦춰졌다. 정부는 최근 신평사들이 등급 장사를 벌이다 중징계를 받은 만큼 이번 기회에 독자등급을 포함해 신용평가 제도 전반을 바꿔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독자등급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기와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독자등급은 개별 기업의 신용등급에서 모기업 지원을 배제한 등급을 가리킨다. 그동안 기업들은 자체 재무건전성을 근거로 한 독자등급에 모기업 지원 가능성을 더한 최종등급만을 발표해왔다. 독자등급을 발표하면 우량 계열사들은 모기업 후광을 뺀 민낯을 드러내게 되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이후 KT ENS, 포스코플랜텍 등 대기업 계열사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신청이 늘어나며 독자등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종이나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기업들의 독자등급은 최종등급보다 1~2노치(notch) 하락할 것이라는 게 신평사의 시각이다. 기존에 A+ 등급을 받던 기업이 1노치 하락하면 A0를 받는 식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최종등급보다 독자등급이 낮은 곳은 아무래도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독자등급이 낮은 곳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금리 상승을 피할 길이 없는 셈이다.


자신들의 독자등급에 가장 전전긍긍한 곳은 업황이 좋지 않은 건설ㆍ조선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신평사들에 "독자등급을 책정하면 우리는 얼마나 내려가느냐"는 질의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등급 강등을 내다보고 미리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곳들도 많다. "모기업 지원 없어도 우리는 튼실하니 등급 산정에 고려해 달라"는 거다. A신평사 관계자는 "처음으로 자신들의 민낯이 공개된다는 생각에 업황이 어렵거나 독자등급에 따른 타격이 예상되는 곳들의 우려가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신평사들은 우선 기업들의 얘기를 들어주되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기업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B신평사 관계자는 "자신들의 독자등급을 알려달라는 곳이 많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우선 재무상태를 중심으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신평사들은 여전업종, 특히 캐피탈사의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캐피탈은 주로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 때 그룹 명성은 큰 뒷배였다. 그룹 후광을 제외한 등급이 드러나면 조달금리 역시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많다. 지난해 여전사들이 발행한 금융채는 카드채(12조7000억원), 리스채(4조7189억원), 할부금융채(9조5573억원) 등 27조원에 달한다. 여전사의 조달금리가 0.1%포인트만 상승해도 매년 이자 비용이 270억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독자등급에 가장 타격이 덜할 업종은 제조업이 꼽힌다. 자체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어 모기업 지원을 배제해도 채권 상환 능력이 상당 부분 인정되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이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 해 본 결과 제조사들은 독자등급이 그대로 종합등급으로 이어지는 곳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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