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처음에 과 선택할 땐 이렇게 취업이 안될 줄이야 생각도 못했죠." 4년제 A대학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구슬이(23ㆍ여)씨는 경영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다. 구씨의 동기 대부분이 전공을 뒤로한 채 그나마 취업에 유리하다는 경영, 무역학 등을 공부한다. 그는 "요즘 대학생, 특히 인문계 학생들은 복수전공이 필수"라며 "학과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취업이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구론', 인문계열 전공자 90%가 논다는 뜻의 이 신조어는 특히 인문사회계열 대학생을 중심으로 취업난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매해 전국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대상자 중 인문사회계열 전공자가 40∼45%를 차지하지만, 취업률은 타 계열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기업취업=경영학과'도 과거 얘기다. 경영학도인 이지현(24ㆍ여)씨는 "다들 복수전공 등을 통해 경영학과로 몰리고 있지만 '취업깡패'라고 부르는 기계, 화공 등 이공계빼곤 모두 취업이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인문계열 졸업자의 취업률은 45.5%로 전체(54.8%) 평균에 훨씬 못미쳤다. 인문계열 졸업자의 취업률은 2012년 48.4%에서 2013년 47.8%, 지난해 45.5%로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사회계열(54.1%)은 그나마 지난해 50%를 웃돌았지만 평균보다는 낮았다. 같은 해 공학계열의 취업률은 65.6%에 달했다.
이는 최근 주요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축소하며 청년실업난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데다, 그나마 뽑는 인력마저 이공계 중심으로 쏠려있기 때문이다. 이공계를 제외한 인문사회 등 타계열 전공자들로선 취업장벽이 더 높아진 셈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인력수요가 이공계 중심으로 변화하고, 인력 수요와 공급 간 미스매칭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뒤늦게서야 대책마련에 나선 상태다. 다음달에서야 인문계 고용촉진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로 하여금 그나마 취업자리가 많은 IT, 소프트웨어 등 분야에 대해 재교육을 받게 하는 수준이다. 당장 취업난에 빠진 대학생들에게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재교육 중심인데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계속 투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대학교육 변화와 구조조정 등 교육개혁에 있다는 설명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학들도 미래 산업수요에 맞춰 적극적으로 전공별 정원조정, 교과과정 편성 등을 추진해 나갈 때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순수학문연구를 위한 대학 본연의 역할을 지켜가면서도 교육과 현장 간 괴리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치 등 구조적 문제는 해소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학문 그 자체를 연구하는 측면을 살려가면서도, 인문계열 등에 정원이 너무 많이 가는 측면이 있어 정원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취업과 경제발전 등 경제적 영역에서의 대학의 역할을 강화하되, 인문학 등 순수학문에 대한 지원을 줄여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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