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들어서는 정권마다 지식사회를 표방하듯 우리에게 새로운 용어들을 알려준다. 노무현 정부 시절, FTA(자유무역협정)를 비롯해서 래칫조항(개방후퇴금지조항)과 ISD(투자자의 국가제소권), 그리고 이명박 정부 시절, BBK와 광우병과 관련된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니, 프리온이니 하는 생소한 단어들 말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세월호 침몰과 관련된 뉴스에서 선체복원능력(GM)이나 평형수, 트라우마와 같은 말을 자주 듣더니, 이제 '이엽우피소'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이 문제의 물질이 백수오 또는 백하수오라는 이름으로 팔렸는데, 간독성이나 신경 쇠약, 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보고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 규모가 3000억원에 이르는 '이엽우피소시장'을 주도하던 것이 내츄럴엔도텍이라는 회사인데, 8만원을 웃돌던 이 회사의 주가가 이러한 사실이 발표된 4월22일 이후 폭락하여 이제 만원을 밑돌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이엽우피소가 하수오보다 재배기간이 짧아 소출량이 많지만 백수오라는 한약재와 외관상 혼동하기 쉽고 분말 형태로는 거의 구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화로 일이 이렇게 번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미 인터넷에 이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 이엽우피소와 하수오가 생체 상태일 경우는 구분이 쉽다. 껍질을 벗겨서 진액이 나오면 이엽우피소라고 한다. 양자는 다른 식물이고 이엽우피소가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은 이를 재배한 사람들도, 가공한 사람들도, 이를 감독할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었던 사실이며, 소비자만 백수오로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쇼닥터는 이엽우피소인지도 모르고 나와서 좋다고 홈쇼핑 판매를 해댄 것이라면 돌팔이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그런데 이 사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이엽우피소는 중국 사람들이 오랫동안 먹고 있다. 먹어도 해롭지 않다.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학계에서는 이엽우피소가 해로운지에 앞서 그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나아가 이엽우피소가 아닌 백수오조차도 식품으로 쓰이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백수오는 약재라는 것이다.
둘러보면 문제는 건강식품과 약재시장 전반에 걸쳐 있다. 동의보감만 끌어댈 뿐, 약재인지 식료품인지, 먹어도 안전한지, 어떻게 먹어야 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예컨대 그냥 먹기는 어려운 과실이나 산야초를 설탕에 절여놓고 효소니 발효액이니 하는데, 과연 건강에 좋은 것인지에 관해 표준화는커녕 공식적인 검증도 없다. 케이블방송에서는 한 술 더 뜬다.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엽기적이기까지 한 '방법'을 치료비법이라 소개하기도 한다. 요즘 유행어로 한숨이 나온다.
물론 관계기관의 안전의식이나 업계의 직업윤리만이 아니라 도처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의학계는 왜 약재시장을 학문적 권위로써 지배하지 못하는가. 명의의 비방(秘方)이라 하여 숨기기만 하는 것은 혼자 돈을 벌려는 것인가, 아니면 표준화하여 돈을 벌 만큼 자신이 없어서인가. 양의들도 배타적인 자세를 버리고 한방의 '과학화'를 위해 협력할 수는 없을까? 중국의 전통의학과 양방의 협진체계는 말할 것도 없이 독일에도 침 놔주는 의사는 많다.
이번 정부는 선거공약에서부터 안전을 강조하고,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을 청에서 처로 승격 확대시켰다. 그러나 먹거리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고, 일본발, 중국발 괴담은 이를 부추긴다. 벤젠이 들어간 이른바 맛기름 1000t 이상이 이미 식당에서 소비된 사건도 드러났다. 이제 식약처의 의사결정 및 작동메커니즘을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식약처로 역부족이라면 다른 국가기관이나 단체와 함께 식약품 안전을 위한 거버넌스라도 구성해야 할 판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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