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창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1년간 중국에서 신설된 법인이 1300만개에 이르고 이 가운데 일반기업은 365만개로 하루에 1만개의 기업이 생겨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의 신설법인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8만개를 넘어섰지만 소규모 자영업과 생계형 기업이 주를 이뤄 대조를 보이고 있다.
19일 무역협회 베이징지부가 공개한 '중국경제의 새로운 모멘텀, 창업대국'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에 신규로 등록된 업체 수는 총 1292만 개로 전년 대비 14.2% 증가했다. 그 중 일반기업은 365만 개로 전년 대비 45.9% 증가해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창업 일반기업 수는 2011년에 200만 개, 2013년에는 250만개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는 365만 개로 급속히 증가했다.
산업 분야별로 보면 지난해 창업 기업 가운데 3차 산업(상업ㆍ금융서비스) 기업이 287만개로 전체의 78.7%를 차지했다. 이는 2011년(70.5%)에 비해 비중이 8.2%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최근 창업 열풍이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분야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창업 열풍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확대, 귀국 유학생의 창업, 외국기업의 지속적인 투자 확대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창업을 독려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창업 열풍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용민 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최근 중국의 창업 열풍은 국내적으로 모바일 인터넷 사용인구가 5.6억 명에 달하면서 전자상거래가 급증하고 해외에서는 유학생과 외국자본이 동시에 유입되면서 창업 저변이 크게 넓어진 데 따른 것"이라며 "여기에 정부가 행정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면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창업 열기가 뜨거운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도 창업열기는 뜨겁다. 한국은행의 '2014년 12월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신설법인 수는 8만4697개로, 종전 사상 최대인 2013년(7만5578개)보다 9119개나 늘었다.
연간 신설법인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5만855개) 감소세를 보이고서 2009년(5만6830개) 이후 6년째 사상 최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2010년에는 6만312개였고 2011년에는 6만5110개, 2012년에는 7만4162개로 늘었다. 한은은 "은퇴 세대의 자영업 진출을 비롯한 창업붐에 정부의 창업 지원책 강화가 맞물리면서 지난해는 신설법인 수가 한층 더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설법인은 올 들어서도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1분기 신설법인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1891개) 증가한 2만2652개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 창업주의 신설법인 수는 1123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30세 미만 창업주의 신설법인 수 증가율은 작년 3분기 13.5%, 4분기 19.0%, 올해 1분기 21.9%로 3분기 연속 두자릿수 비율로 늘었다.
중기청 관계자는 "각종 제도 개선으로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신설법인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최근 추세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법인의 설립이 느는 것으로 불황형ㆍ생계형 창업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1분기 신설법인을 자본금별로 보면 5억~10억원(23.9%), 50억원 초과(30.0%) 구간의 창업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도ㆍ소매업(4809개)과 제조업(4788개), 건설업(2747개) 등이 많이 생겼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부동산 및 임대업(536개)과 도ㆍ소매업(506개), 건설업(387개), 농림어업(249개) 등이 늘었다.
설립자의 연령대별로 보면 30세 미만과 30대는 도ㆍ소매업(1537개)의 창업이 가장 많았고 40대(1890개)와 50대(1418개), 60세이상(389개)에서는 각각 제조업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설립자 중 여성의 비율도 23.7%로 지난해 1분기보다 0.5% 늘었다.
이처럼 창업 열기가 퍼지는 가운데 청년 3명 중 1명꼴로 창업에 관심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0∼39세 성인남녀 300명에게 청년 창업에 대한 인식과 개선과제를 설문한 결과, 창업을 고려해 봤는지 묻자 응답자의 25.3%가 '고려해 봤다'고 답했다. '적극 고려해 봤다'는 답도 6.4%로 나타났다. 고려해보지 않았다는 답은 68.3%였다.
하지만 창업 내용을 뜯어보면 새 사업 기회에 도전하는 기술형 창업보다 일반서비스 창업에 훨씬 더 관심을 보였다.창업 희망분야로 외식ㆍ소매 등 일반서비스업(48.7%)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통신ㆍ문화콘텐츠 등 지식서비스업(32.7%), 식품ㆍ섬유 등 전통제조업(7.7%), 의약ㆍ전자 등 첨단기술기반사업(5.3%) 순이었다.
창업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각이 개선되지는 않아 청년창업 활성화의 저해요소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창업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도 '자녀가 창업한다면 반대하겠다'(52.1%)는 의견이 반을 넘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정부는 연대보증면제 확산, 창업사관학교, 창업보육센터, 청년전용창업자금 등을 지원한다"면서 "정책지원과 더불어 모험과 도전을 장려하는 사회분위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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