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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국민연금 피하려다 악수(惡手)되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4초

-野 이종걸 원내대표, 기초연금 보장 확대 절충안 제시
-기초연금은 당장 국가 곳간 열어야 해 세금 폭탄 더 거셀 수도
-중앙정부-지자체 복지 전쟁 더해져 '증세 논란'까지 불똥
-공무원 단체 반발은 기존 합의문 까지 도루묵 시킬 수도
-與, 사회적 기구 '논의'가 마지노선…기초연금도 수치명시 공방 가능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에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대신 '기초연금 보장 확대'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다만 증세 논란까지 불 불을 수 있는 재정 확보 문제와 공무원 단체와의 재협상 필요성 등 또 다른 폭탄을 건드린 악수(惡手)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초연금도 수치 명시 갈등으로 이름만 바꾼 '공방 도돌이표'가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17일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대신 기초연금 보장 확대로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맞추는 방안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국민연금 개혁 약속대로 기초연금 보장을 늘려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50%(소득대체율 40%+기초연금 10%)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가 정부와 여당의 벽에 부딪히자 기초연금으로 협상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의 카드는 국민연금을 피하려다 또 다른 폭탄을 건드린 악수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초연금도 국민연금 만만치 않게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 확보 부분이다. 기초연금은 100% 정부 재정으로 운영한다. 돈을 적립식으로 걷어서 운영하다 나중에 나눠주는 국민연금과 달리 정부가 바로 재정곳간을 열어야 한다. 정부와 청와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도 2056년 후에 발생할 세금 투입을 우려했다. 반면 기초연금 보장 확대는 현 정부의 '현찰'이 곧바로 들어가야 한다. 현재 기초연금은 한 해 약 10조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이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기초연금 보장을 현행 소득 하위 70%에서 100%까지 넓힐 경우 3조~4조원이 당장 내년부터 더 들어가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행 기초연금 제도로 지원돼야 하는 중앙정부 부담은 국민연금 고갈 시점으로 불리는 2060년에 170조5000억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부담금 역시 2060년 58조4000억원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이 고갈되면 법적으로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하는 의무가 없다. 기초연금은 올해도, 내년에도, 2060년도에도 그 당시 국가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기초연금 카드는 정부-지자체 예산 갈등도 끌어들여 증세 논란까지 다시 불을 붙일 수도 있다. 기초연금 예산은 국가와 지자체가 매칭해서 부담한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모두 세수 부족 현상으로 기초연금을 둘러싸고 복지 예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지자체는 현재도 기초연금 부담금의 약 50% 정도밖에 배정을 하지 못하며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올해도 세수 펑크가 7조~9조가 예상되는 중앙정부도 여력이 없다. 기초연금 보장 확대로 세수가 더 필요할 경우 자연스레 겨우 잠재웠던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은 다시 거세질 수 있다. 전선이 증세로 넓어질 경우 야당은 법인세 인상 등을 다시 들고 나와 협상이 더 표류할 수 있다.


기초연금 카드는 이 같은 문제로 지난해 15개월의 진통을 되풀이 해야 한다. 현재 기초연금 제도는 지난해 여야 공방 끝에 15개월만에 겨우 본회의를 통과한 법이다. 정부는 당시 재정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월 20만원씩 지급되는 기초연금의 수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선으로 좁혔다. 또한 당초 기초연금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은 당해연도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A값)에 연동돼 올랐다. 정부는 재정 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물가연동으로 변경했다. 정부 장기재정전망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11~2040년 물가 상승률은 소득 증가율에 비해 약 3%포인트 낮다. 물가연동으로 오르는 기초연금 인상 속도가 더 더디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또 다른 협상 주체인 공무원 노조와의 재협상도 변수다. 공무원 단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대체해 기초연금 보장 확대를 늘리는 안에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 단체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철회할 경우 기존 합의 내용도 다시 생각해 볼 것이다"고 밝혔다. 자칫하면 공무원연금 개혁 기존 합의 내용까지 흐트러질 수 있는 것이다.


여당이 이 원내대표의 카드에 협조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사회적 기구서 논의' 정도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처럼 결론을 명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을 피해도 또 다시 기초연금에서 '수치 명시'를 놓고 갈등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8일 기자들을 만나 "국민연금이든 기초연금이든 사회적기구에서 논의하자, 그렇지만 이걸 갖고 결론을 못 박고 하자는 건 사회적기구가 필요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원진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여당 간사도 "사회적 기구서 논의하는 건 괜찮다"면서도 "인상을 전제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참여한 한 여당 관계자는 "야당이 방향을 계속 잘못 잡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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