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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칼럼]4ㆍ16과 5ㆍ16이 만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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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칼럼]4ㆍ16과 5ㆍ16이 만나는 길 이명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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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갔다. 찬란한 4월이 갔다. 눈물과 비탄과 호곡의 4월이 갔다. 4월에 이뤘던 그 어떤 영광과 성취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의 비극으로 인해 우리의 삶에서 영영 지워버리고 싶었던 4월이 갔다. 그리고 5월이 왔다. 또 다른 슬픔의 5월이 왔다. 또 다른 비탄과 통한의 5월이 왔다.


아, 4월은 잔인하구나. 5월은 잔인하구나. 저 하늘은 푸르러서, 저 산하는 찬란해서 더욱 잔인하구나. 아이들은 저 위로 올라가 저토록 청명한 하늘이 된 것인가, 저 꽃들에 제 몸으로 저토록 화사한 옷을 입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차라리 저 푸른 하늘을, 저 화사한 꽃과 나무를 거부하는 게 낫겠다.

4월은, 5월은 '사월(死月)'이었다. 아이들과 젊은 생명들을 앗아간 봄은 너무도 잔인한 '죽음의 계절'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죽음은 삶 이상의 삶이다. 죽음을 생각할 때 우리는 진정한 삶을 찾는다. 우리가 장례를 지낼 때, 우리는 새 삶을 다짐하는 것이다. 떠나보내는 이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새롭게 태어난다. 죽은 이를 보내는 거야말로 가장 큰 종교이며 장례식장은 교회이며 사원인 것이다.

지난 4월 이 땅 어디든 장례식장이었다. 거리에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거듭거듭 장례를 치렀다. 4월 내내 거대한 장례식장이었던 서울시청광장의 어느 저녁, 내 앞 한 여성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왜 그 여인은 남의 죽음에 이토록 슬퍼하는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단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 눈물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거룩한 마음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눈물을 흘릴 때 그 순간 함께 죽는다. 그 죽음을 함께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죽음이 죽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일 때 산 자는 죽음을 더 많이 떠안는다. 돌연 죽음에 내몰린 아이들을, 차가운 바닷물이 목으로 올라올 때의 그 공포를, 아이의 뭉개진 손톱에 창자가 끊어지는 엄마를 위해 슬퍼할 때, 그때 우리는 함께 죽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인간이다. 그것은 참회요 천선(遷善)이며 회심(回心)이요, 그럼으로써 자기 안 인간의 부활이다.


그러므로 1년 만에 다시 맞은 4월은 우리에게 인간인가를 묻는, 국가인가를 묻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아이들을 제대로 장례지낼 수 있는가, 그것은 아이들의 넋이 우리에게 갱생과 부활의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을 보았다. 죽음보다 더 처참한 지옥을 보았다. 비정한 차벽에서, 철통 같은 산성에서, 아이 잃은 부모들을 모욕하는 이들의 비웃음에서 우리는 절망을, 지옥을 겪었다. 2014년 4월보다 더 참담했던 2015년 4월이었다.


이제, 5월이다. 4월만큼 찬란한, 그리고 또 다른 젊은 넋들의 죽음으로 인해 슬픔과 오열의 5월이다. 4월이 몇 개의 숫자로 역사가 됐듯이 5월 또한 숫자들로 우리 앞에 다가온다.


5ㆍ18의 비극이 있는 5월엔 54년 전 구국의 기치를 내건 어느 군인에 의한 역사에의 난입이 있었다. 그 난폭한 개입이 우리 역사에 빛인지 그늘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격렬한 충돌이 있지만 다만 그 혈연적 계승자이자 정치적 계승자라면 단 한 가지만은 찾아야 할 것이다. 큰 칼 차고파서 아이들 선생님에서 군인이, 그것도 일본군이 됐던 이가 탱크를 이끌고 한강을 건넜을 때 그의 마음 속엔 1만분의 일이라도 사람들을 아끼는 마음,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게 없었다면 그 난입이 어떤 이유에서든 용서될 수 없는 그 마음, 그 가느다란 실을 찾아야 할 것이다.


4월에 찾지 못했던 그것을 5월에, 그 자신은 5ㆍ16의 달로 기억하고 싶은 5월에 그걸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5월의 넋들에게, 또 누구보다 살아야 했고, 살려야 했던 4월의 넋들에 대한 예의다. 최소한의 예의다. 5ㆍ16을 추호라도 정당화할 수 있다면, 그것이 5ㆍ16을 살려내는 길이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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