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주 그야말로 전차처럼 내달리던 코스닥이 22일 '백수오 쇼크'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장중 5% 이상 급락하고 코스피에도 여파가 미치며 단기적인 조정이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단일종목 이슈가 증시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키자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결과였다.
얼핏보면 코스닥 바이오 대표주 중 하나인 내츄럴엔도텍이 조정의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수오가 아니라 그 어떤 작은 변동성 요인이 발생했더라도 코스닥시장이 출렁거렸을 가능성은 높다. 글자 그대로 손대면 톡하고 터질것만 같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코스닥시장의 상승률은 30%에 육박하며 전세계 주요 40개국 증시 중 러시아 증시 다음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용융자잔고 또한 시가총액이 8배나 큰 코스피에 비해 4000억원 이상 많은 3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단기과열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백수오 쇼크가 아니더라도 한번은 받을만한 조정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증시 상황을 닮은 카드는 '운명의 수레바퀴(wheel of fortune)' 카드다. 카드를 자세히 보면 수레바퀴 위에 앉은 두 남녀가 손을 맞잡고 있고 한 사람은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얼핏보면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사람은 두 남녀가 밀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수레바퀴에 그저 붙어있는 사람일 뿐이다. 실제 수레바퀴를 움직인 손은 따로있다.
여기서 수레바퀴를 움직인 손은 운명으로 표현되며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유 외에 지금까지 적체된 문제를 상징한다. 해소되지 못한 문제들이 쌓이며 리스크는 점차 발생 가능성이 높아져 필연으로 변한다는 의미다.
이것은 갑작스럽게 터진 사건도 수차례 경고와 조짐 속에 위험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1931년 미국의 보험회사 관리감독자였던 H. W. 하인리히가 그의 저서 '산업재해예방(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A Scientific Approach)'에서 밝힌 법칙이다. 그는 수천건의 보험 고객상담을 통해 분석한 자료를 소개하면서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한순간에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여러 번 경고성 징후를 보낸다"며 이를 1 : 29 : 300의 법칙으로 정립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심각한 안전사고가 1건 일어나려면 그 전에 동일한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가 29건,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 정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징후들을 제대로 파악해서 대비책을 철저히 세우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코스닥 역시 연초 이후 급등세가 이어지며 수차례 경고신호가 나왔었고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도 커지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유동성장세가 지수를 밀어올리면서 안전불감증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백수오 쇼크로 인한 증시 조정은 어닝시즌을 앞두고 나온 경고성 조정으로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옥석을 가려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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