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척결 앞장선 李총리 사퇴 앞두고 "공무원들 사기 바닥"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안타깝습니다. 아직 진실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가 금품수수와 관련돼 사퇴를 앞두고 있으니 공무원들의 사기가 어떻겠습니까."
세종시에 근무하는 A국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뒤흔든 지난 2주일 동안 가장 혼란스러웠던 이들은 세종시 공무원들이다. 특히 이완구 국무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이 이번 사태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공무원들의 복잡한 심경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사회 기강 강화'를 직접 주도했던 이가 다름아닌 이 총리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총리의 사퇴가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사회개혁 과제와 경제활성화 추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B과장은 "얼마 전까지 출장이 잦은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그동안의 출장기록을 제출하고, 감찰실에서 점심시간 준수를 점검하는 등 공직기강을 강조할 때만 해도 좀 귀찮기는 했지만 올해는 긴장감 있게 일 좀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올해가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추진할 골든타임인데 후임 총리를 인선하고 정국을 안정시키느라 시간을 다 보내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공직사회의 리더들이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C서기관은 "총리와 장관이 솔선수범하면 간부들과 일반 공무원들의 기강은 자연스럽게 잡힌다"며 "이번 사태가 이 총리는 물론 공직사회 전체에 깊은 상처와 교훈을 남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 빨리 후임 총리가 취임해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D차관보는 "앞으로 후임 총리 인선이 걱정된다"면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고 잡음 없이 국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총리는 화려할 필요도 없고, 꿈이 큰 인물도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국장은 "벌써 4월이 지나가고 있다. 1년 중 3분의 1이 끝난 셈이다"면서 "내수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원화가치 상승 등 수출여건도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정신 차리고 올해를 보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야가 싸울 때에는 싸우더라도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등 개혁과제와 경제활성화 법안부터 우선 처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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