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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셰익스피어 진위 논란과 '근혜차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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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셰익스피어 진위 논란과 '근혜차벽' 정완주 디지털뉴스룸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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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3일은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던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지 399년이 되는 날이다. 2016년이면 사망 400주기를 맞는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셰익스피어만큼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작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도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책이 하루에 1권꼴로 발간된다고 하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시대를 초월해 위대한 천재로 평가받는 셰익스피어에게 유령처럼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하나 존재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셰익스피어의 진위 논란이다.


논란은 영국 남부의 촌구석에서 태어난 그가 초등학교 수준의 교육만 겨우 마쳤다는 데서 시작된다. 제대로 된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그가 영국 왕실의 민낯을 까발리고 귀족 사회의 일상들을 세세하게 표현한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2007년에는 영국의 유명한 연극배우 등 300여명이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들은 '합리적 의심 선언'을 통해 "시골뜨기 셰익스피어가 법률적 지식과 고대 및 현대사, 수학 등을 두루 섭렵한 작품을 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진위 논란의 발단은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철통 시대에는 귀족이 정치풍자가 담긴 희곡을 쓰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따라서 왕정에 저항 의식을 가진 당대의 귀족들 중에서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빌려 작품을 내놓았다는 가설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국내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진위 논란이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다. 반면 영국 등 서구의 경우 오래전부터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작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을 비롯해 지그문트 프로이트, 찰스 디킨스, 찰리 채프린 등도 대표적인 의심론자들이다.


심지어 영화 '위대한 비밀'과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모티브는 셰익스피어가 가짜라는 의심에서부터 출발한다.


위대한 비밀의 영화 포스터를 보면 '셰익스피어는 사기꾼이었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진정한 셰익스피어로 거론되는 귀족 후보는 누구일까? 크리스토퍼 말로, 옥스퍼드 백작(에드워드 드 비어), 프랜시스 베이컨 등 10여명에 달하는 후보들이 거론된다.


그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프랜시스 베이컨을 꼽기도 한다. 유력 후보들 중 상당수가 베이컨과 친척이거나 동문수학한 친구라는 배경이 작용한 탓이다. 그래서 베이컨을 중심으로 한 공동창작설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셰익스피어의 진위 논란과 상관없이 그가 남긴 작품들은 서민들의 대리만족을 이끌어 내는 소통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셰익스피어 작품들이 당대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명박산성'을 빗댄 '근혜차벽' 논란이 들끓었다. 소통의 차단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지적에서 나온 논란일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작품을 통해 소통의 차단벽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지금 우리는 무엇을 통해 그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갑갑한 노릇이다.


시대의 불통은 셰익스피어라는 위대한 작가를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또 다른 시대의 불통으로 인해 우리에게 남겨질 유산은 무엇이 될지 곱씹어볼 일이다.






정완주 디지털뉴스룸 국차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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