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42년만에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 증진 등 3대 핵심사항을 포함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율성이 확대돼 기존 협정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1973년에 발효된 기존 협정은 우리 정부가 미국측의 사전 동의나 허락이 없을 경우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그간 불평등 조항에 대한 개정 의견이 많았다.
또 미국의 핵확산 금지에 관한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그동안 다른 나라와의 원자력협정에서는 농축·재처리를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가 적용됐으나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에는 이에 대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이번 협정 개정으로 한국은 원자력 산업에 있어 원전 수출의 용이성과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본격 생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산업적 실리도 챙겼다.
◆사용후핵연료 활용 자율성 확대=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은 평화적인 사용후핵연료의 실질적인 재활용에 있어 우리나라의 자율성이 확대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
미국은 그동안 여러 나라와의 원자력협정에서 핵 비확산 기조하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농축에 있어 완강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실제 미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원자력협정에서 농축·재처리를 금지한다는 이른바 '골드 스탠다드'를 도입한 이후 다른 국가들에게도 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한미 협상이 4년6개월을 끈 것도 이 부분에 있어서 미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때문으로 관측됐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 2011년 6월 우리나라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의 용량이 71%를 넘어선 이후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미국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문에는 이 '골드 스탠다드'로 알려진 농축·재처리 포기 조항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향후 우리나라가 사용후핵연료를 중간 저장하거나 재처리 및 재활용, 또는 영구처분하거나 해외에 위탁 재처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갖게 됐다.
또 협정문 서문에 한미 양국간 원자력 협력을 확대함에 있어 주권의 침해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원자력을 평화적 목적으로 연구·생산하고 이용함에 있어 주권이 확보됐다.
◆원전 수출 용이·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본격 생산 길 열려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원자력 교역을 촉진하기 위한 별도의 조항이 마련됐다.
우리 원자력 수출업계가 미국산 핵물질, 원자력 장비 및 부품 등을 한미 양국이 원자력협정을 체결한 제3국으로 재이전하고자 할 때 건별로 동의를 받을 필요없이 포괄적인 장기동의가 적용되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우리 원전 수출업계가 일부 미국산 원자력 기자재를 제3국에 수출하는 것이 보다 원활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번 협정으로 현재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의 본격 생산의 길도 열렸다.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암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몰리브덴(Mo)-99)를 미국산 우라늄을 이용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이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국내 125만명에 달하는 암환자에 대한 핵의학 진단 등 우리 국민 보건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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