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오는 29일(현지시간) 일본 총리로는 사상 처음 미국 상ㆍ하원 합동연설에 나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ㆍ얼굴)에게 과거 전쟁 범죄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현지 언론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0일 '아베 총리와 일본의 역사'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과거 전쟁 범죄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NYT는 26일 시작되는 아베 총리의 방미 성공 여부가 "얼마나 정직하게 일본의 전쟁 역사와 마주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NYT는 특히 "전쟁을 일으킨 결정, 중국ㆍ한국에 대한 강점과 잔혹행위, 여성 수천 명에게 성노예나 군위안부를 강요한 행위가 여기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어 "아베 총리가 성노예 문제 등 일본의 침략행위에 대한 과거의 사과를 존중하겠다지만 자신의 발언에 '모호한 수식어'까지 덧붙이고 있다"면서 "이는 그가 사과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데다 더 나아가 물타기까지 시도할 것이라는 의심마저 들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과거 역사를 위장 세탁하려 들면서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NYT는 일본이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역할을 수행했으면 하고 바라지만 "아베 총리가 과거 역사에 대한 비판을 계속 거부하려 든다면 신뢰감이 없어 더 큰 역할은 감당해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도쿄(東京)발 기사를 통해 "아베 총리가 의회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피상적으로 언급한다면 동아시아의 긴장은 더 고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P는 역사수정주의적 성향을 지닌 아베 총리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 분명치 않은 데다 과연 '식민지 지배'나 '침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할지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쿠스USA'에도 이날 "아베 총리가 이번 의회 연설에서 진정한 참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 칼럼이 실렸다. 지난 19일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에는 "아베 총리가 일본 제국주의로 고통받은 아시아ㆍ미국ㆍ서유럽ㆍ러시아 사람 수백만 명을 모욕하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이 실린 바 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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