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개혁 현장점검반'이 발로 뛰어보니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이승종 기자, 조은임 기자] "금융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풀어달라. 칸막이를 없애면 은행과 카드, 보험사가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고객 편의성이 강화되고 관리 비용이 줄어든다. 지금은 계열사 간 고객 정보 공유가 가로 막혀 있어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은행권)
"위험자기자본(RBC) 비율 권고 기준을 현행 150%에서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또한 이를 명문화해서 시장의 혼선을 줄여달라."(보험업계)
'현장'을 강조하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야심작 '현장점검반'에 접수된 업계의 건의들이다. 2주 간 430여건의 건의가 접수됐다. 대부분 금융의 '손톱밑 가시'를 빼달라는 요구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고객정보를 계열사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내부관리 목적 외에는 고객정보를 계열사들이 공유할 수 없다"며 "그 때문에 혁신적인 서비스나 상품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는 애로점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고객 정보를 은행과 카드, 보험사 등 금융지주내 계열사들이 공유하면 맞춤형 상품을 개발할 수 있고, 고객은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현장점검반에 강조했다는 것이다.
금융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가 제한된 것은 지난해 1월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직후 이뤄졌다. 당시 금융당국은 마케팅 목적으로 고객정보를 공유하지 않도록 행정지도에 나섰고,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2항 '고객정보 제공 및 관리 법령'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계열사간 정보 공유가 차단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나 복합형 서비스 개발이 어렵다"며 "고객정보 관리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고 있으니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라도 정보공유 규제는 서둘러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은행권은 수수료 등 비(非) 이자수익의 자율화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공인인증 절차 완화, 프라이빗뱅커(PB) 모범규준(오퍼레이팅 제한) 완화 등을 요구했다.
보험업계의 건의는 자본확충 부담 완화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것이 'RBC(지급여력)비율 150%'다. 보험업법에는 RBC비율 기준이 100%이지만 그동안 금융당국은 150%를 권고해왔다. 보험업계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신뢰수준'을 95%에서 99%로 높인 상황에서 RBC비율 150%를 지키는 것은 지나치다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금융당국이 최근 들어 150%를 더 이상 권고하지 않지만 보험업계는 현실적인 기준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150% 비율에 대해서는 권고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로 낮출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되도록 빨리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 업계는 또한 민원 평가기준ㆍ창구 통일, 회사별 주력 매출 상품에 맞는 맞춤형 규제 마련, 온라인 상품 맞춤 규제 등을 현장점검단에 요청했다.
카드업계의 건의는 발급ㆍ심사 제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카드사태 이후 도입된 소득수준ㆍ신용등급 요건들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신용등급 7등급 이하ㆍ가처분소득 기준 월 50만원 미달자에 대한 카드 발급 제한, 모집인들의 연회비 중 10분의 1 이상을 모집비용으로 쓰지 못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나친 등급요건이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며 "상품 인허가와 심사 등에서도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현장점검반이 접수한 건의를 금융위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 금감원 금융개혁국ㆍ감독총괄국에 넘겨 내용별로 분류한 뒤 해당 부서에 전달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당 부서는 건의 내용의 타당성, 시장 상황, 소비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점검반은 앞으로 3개월 간 총 100여개 업체들을 만나 건의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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