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거침없이 달리던 글로벌 증시와 국내증시에 숨은 위험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가 그리스 리스크다. 그리스와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채권단 사이에 구조개혁안을 놓고 치킨게임이 지속되면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가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과열양상을 보이며 상승랠리 중인 증시상황에 대한 낙관론이 그리스 문제 등 숨어있는 위험요인들에 대한 판단을 흐리고 있다고 짚었다. 좀더 신중하게 그리스 문제와 기타 2분기 대내외적인 위험요소들에 대한 고려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2분기 주식시장에 잠목한 가장 큰 위험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그렉시트 우려 재연 가능성이다.
지난 2월말 협상으로 그리스는 72억유로의 재정지원을 조건부로 받기로 했으며 채무협상과 관련해 4개월 후 다시 논의할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그러나 협상이 지연되면서 아직까지 72억 유로의 자금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로채권단이 재정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데드라인은 오는 24일 개최되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다.
이를 앞두고 일각에서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부인하기는 했지만 6월과 7월 대규모 국채만기 일정 및 신규 채무협상 시한을 앞두고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또다시 불거지면 은행권을 통해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에 디폴트 우려가 낮더라도 해결이 지연될수록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위험요인이다.
또하나 문제는 미국 증시의 실적 악화로 인한 위험자산 선호 약화 가능성이다. 기상악화와 서부항만 물류차질 등으로 1분기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했다. 또한 달러 초강세로 인해 수출기업과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되지만 실적개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글로벌 증시의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될 수 있다.
미국의 실적 우려가 증폭될 경우 미국 이외 기타 시장의 강세장도 유지되기 어렵다고 본다. 또한 매크로 지표 회복이 2분기중 가시화되도 당장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긴 어렵다. 오히려 실적 우려가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쟁을 촉발시키는 반면 일시적 침체를 탈피하는 경제지표로 인해 출구전략 시행시점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 그리스 불안이 유로존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경계심은 사실 약하다. 독일 내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대한 찬성비율이 60%에 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리스 이탈을 유로존 붕괴보다는 유로존의 약한 고리를 잘라내는 효과로 인식할 수도 있다.
다만 심리적 불안을 자극하고 그간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낮았던데 따른 되돌림에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그리스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한다면 그 영향은 좀더 커지고 지속성도 늘어날 수 있다. 그리스 뿐만 아니라 대외채무가 높은 다른 신흥국가들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그리스의 구제금융 자금 지원합의는 금융시장에 중립적 변수고 합의에 실패할 경우 단기적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에 그리스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한다면 그 영향은 확대돼 신흥시장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 그리스문제를 경계변수로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