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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국민의 마음이 역린(逆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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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국민의 마음이 역린(逆鱗)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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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불단행일까?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지도부는 이런 생각을 품을지도 모르겠다. 집권 3년 차를 맞이했는데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남북관계, 한일외교는 꼬이기만 한다. 여기에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게 금품을 줬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리스트가 정국을 강타했다. 야당권은 13일부터 시작하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집중공세를 펼칠 태세다.


풀리지 않는 것은 또 있다. 세월호 참사가 빚어낸 국민의 응어리진 마음이다. 경제야 부양책을 쓰고 대외여건이 개선된다면 얼마든지 살아날 수 있다. 남북관계든 한일관계든 외교는 명분과 계기가 있으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는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면 전모가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응어리진 마음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흘 뒤면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1년이 된다.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민안전처가 생겼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법이 만들어졌다. 세월호 선장에게는 2심에서도 사형이 구형됐다. 반면 변하지 않는 것 또한 적지 않다. 세월호는 여전히 진도 앞바다 해저에 있고 사고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이제 덮자"는 식의 말들은 희생자 유족과 희생자들의 죽음을 내 일로 여기는 많은 국민의 마음을 괴롭힐 뿐이다.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묻을 수는 있다. 그러나 묻는다고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망각이 기억의 칼날을 둔하게 할지 몰라도 완전히 무딘 칼로 만들 수는 없다.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그들의 영혼은 아직 찬 바닷물 속에 있는데 어찌 덮자는 말을 하는가"라고 외치는 유족들의 분노는 이들이 행진을 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부모를 여의면 하늘이 무너진다고 한다. 그러나 자식을 먼저 보내면 하늘이 아니라 살 이유를 잃는다. 세월호를 건져 올린다고 해서 원인이 제대로 규명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식의 뼛조각 하나라도 품에 안고 싶은 부모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그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푸는 게 먼저다. 과연 그렇게 했는가 반성해 볼 일이다. 그 마음을 풀지 못한 것이 잘못인 줄 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허물'이 되고, 더 큰 화를 초래한다는 것을 왜 모를까. 그들의 마음을 풀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광화문 천막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나는 '중용'에 해법이 있다고 본다. 중용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되면 겉에 배어나오고, 겉에 배어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한다.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희생자 유족과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은 세월호 참사 해결의 출발점이 됐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일찌기 중국 전국시대에 한비자는 군주의 마음을 '역린(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고 건드리지 말라면서 군주의 마음을 얻는 유세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 요체는 군주의 역린을 건들이지 않고 달랜다면 성공한다는 것이다.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한비자의 주장을 대입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국민의 마음을 '역린'이라고 여기며, 그것이 무서운 줄 알고 섬기라." 세월호 참사가 빚어낸 그들의 노기는 21세기의 '역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다가올 보선과 내년 총선, 그리고 대선을 치를 생각을 가진 위정자라면 마땅히 그것부터 달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함은 자명하다. 집권 3년 차 국정운영의 최대 변수는 성완종 리스트가 아니라 여전히 세월호 참사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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