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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대통령 관련 칼럼을 안 쓴 이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2초

나는 대학에서 공부했고 몇 개 언어에 능숙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고(思考)가 왜 그 모양인지 궁금했다.


혹자는 책을 읽지 않아서라고 지적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그의 서재에는 제대로 된 책이 없다"고 주장했다. 멀리서 캐나다 문인까지 박 대통령에게 책 좀 읽으라고 권했다.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은 서한집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에 실은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소설이나 시집 혹은 희곡을 항상 침대 옆 작은 탁자에 놓아두는 걸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문학은 공감하게 하는 예술이다. 박 대통령이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문학 작품을 거의 읽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사고에서 부족한 것은 공감뿐이 아니다. 그에게는 현상을 보는 얼개가 없고 사실을 종합하고 분석하는 역량도 떨어진다. 이 또한 정치ㆍ사회ㆍ경제 분야 독서를 거의 하지 않은 탓일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 더 큰 요인이 그가 청소년기 이래 지금 제대로 토론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의 지적인 역량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 자란다. 저자와 지면을 통해 대화하면서 정제된 사고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대면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이 더 생각을 성숙하게 한다.


독재자의 딸인 그에게 "네 생각은 틀리다"고 말한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그 역시 자신의 주장을 내놓고 논리와 사례를 들어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 본 경험이 거의 없었을 게다.


나는 이런 요인을 고려할 때 그의 사고가 현실과 유리된 채 겉도는 것은 당연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내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그를 비판하는 글을 쓰지 않았고 대안을 내놓는 칼럼도 작성하지 않은 이유다. 이와 관련해 나는 지인들에게 이 결심을 밝히며 "그는 알아들어도 수긍하지 않을 테고, 수긍해도 실행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많은 사안에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사람은 변하기 어렵다. 그는 지금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공감하거나 생각을 가다듬지 않는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예상하면 그의 사고 역량은 앞으로도 나아지기 어려울 듯하다.


물론 그가 '똑똑한 머리를 빌리는 일'은 가능하다. 그러나 나는 그 얘기로 들어가지 않겠다. 그는 알아들어도 수긍하지 않을 것이고 수긍해도 실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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