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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손바닥에서 태어났지만 손목 위에서 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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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워치氏, 어머니는 폰氏, 저는…누구인가요
첨단기기의 접합현상이 낳은 '정체성 혼란'…기술진화에 법과 정서 못따라간다
3G·LTE 갖춰 출시했지만 법적으론 '웨어러블 액세서리'
사실상 폰과 동일한 기능에도 유심이동성 규정에선 빠져


"저는 손바닥에서 태어났지만 손목 위에서 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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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제 이름은 '어베인 LTE' 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지 이제 2주정도 됐습니다. 저보다 4개월쯤 먼저 태어난 옆집 형 '기어S'와는 둘도 없는 죽마고우 사이죠. 사람들은 우리를 '스마트워치'라고 부릅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에게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어떤 고민이냐구요. 부모님들(삼성전자ㆍLG전자)은 저희를 만드실 때 각각 '3G'와 'LTE'라는 능력을 주셨습니다. 사촌형들(통신기능없는 스마트워치)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주신거죠.

사촌형들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블루투스'라는 줄에 연결된 상태로만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부모님들 덕분에 줄 없이도 학교에 가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근데 우리를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웨어러블 악세러리와 스마트폰의 차이를 갈랐던 3GㆍLTE 기능을 갖게됐기 때문입니다. 호적에는 '웨어러블 악세서리'라고 올렸지만 기능이나 능력은 사실상 스마트폰이라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휴대폰에 여러 컴퓨터 지원 기능을 추가한 부류입니다. 사용하는 사람이 원하는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상인 일반 휴대폰(피처폰)보다 진화됐죠.


지금까지 적용된 기준으로만 보면 우리는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다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와 스마트폰의 경계가 애매해지자 이를 구분하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외양상으로만 시계인지, 휴대폰인지 구분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지금 부모님들이 개발하고 있는 '종이처럼 접는' 스마트폰이 태어난다면 , 그때는 '종이일까 스마트폰일까'라는 논쟁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경계가 모호하니 '유심이동성'에 대한 논란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유심이동성을 적용해 '통신사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최소한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심이동성은 스마트폰에 유심만 바꿔 끼우는 형태로 이동통신사를 바꿔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사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단말기와 통신사를 골라 쓰고, 또 이를 통해 통신비 경감효과도 보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현재 사촌형들을 비롯해 다른 웨어러블 기기들은 유심이동성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만들 때 혹시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유심이동성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면 우리같은 창의적인 제품이 나올 수 없을 수도 없었겠죠.


우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편익을 위해서라면 기본적으로 유심이동성을 적용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단말기 자체에 모든 대역의 주파수를 실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어 부모님들이 우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유심이동성을 적용할지, 말아야할지를 정하는 나라(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아직까지는 외형만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우리같은 친구들이 많이 늘어나고, 사람들이 우리를 많이 찾게 되면 그때는 유심이동성 적용을 고려해본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미래부 관계자는 "웨어러블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늘어나면 유심이동성에 대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독일의 시장조사업체 GFK는 전 세계의 웨어러블 기기 판매량이 지난해 1760만대에서 올해 5120만대로 191%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같은 스마트워치는 지난해 400만대에서 올해 2610만대로 6.5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우리는 웨어러블일까요? 스마트워치일까요?. 소비자를 위해 우리도 유심이동성을 지원해야하지 않을까요.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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