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부진에 저축률은 상승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연율 환산)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월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2월 개인소비 지표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상무부는 2월 개인소비가 전월 대비 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3개월 만에 전월 대비 상승을 기록했지만 0.2% 증가를 기대했던 월가 예상치에 미치지 못 했다.
기대를 모았던 2월 소비 지표가 부진하자 월가 은행들은 속속 1분기 GDP 증가율 예상치를 하향조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는 1분기 GDP 증가율 예상치를 1.5%에서 1.0%로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스는 1.2%에서 1.0%로, 모건스탠리는 0.9%에서 0.8%로 낮췄다. 지난달 말만 해도 2.4%를 예상했던 매크로 이코노믹스도 1분기 GDP 증가율 예상치를 0.9%로 낮췄다. 연율 환산 0.9%는 전기 대비 GDP 증가율이 0.2% 수준에 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가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에 소비 경제가 크게 활력을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개인소비 증가율은 2006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4.4%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2% 수준으로 반토막날 것으로 월가는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초 혹한을 이유로 어느정도의 소비 부진을 예견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소비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며 좀더 구조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의 실업률이 5.5%까지 떨어지면서 고용시장이 사실상 정상화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소비 부진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고용 시장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저금리의 장기화도 소비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2월에 개인 저축률은 5.8%를 기록해 2012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셈이다.
강달러에 의한 미국 수출 둔화도 1분기 GDP 부진의 원인이 될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재닛 옐런 의장도 수출 둔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옐런 의장은 지난 18일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 둔화가 올해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달러는 곧 시작될 미국 어닝시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서는 미국 기업의 해외 매출이 줄면서 S&P500 기업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S&P500 기업의 순이익은 2008년 말 이후 약 6년만에 감소하게 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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