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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군기잡기와 사단칠정 논쟁

시계아이콘01분 09초 소요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지난주 금요일 오후, 화제는 단연 여자 연예인들의 욕설 파문 동영상이었다. 친절하게 자막까지 곁들여진 동영상이 퍼지면서 그간 억울한 피해자로만 여겨지던 후배 아이돌 스타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선배의 욕설을 유발한 측면이 있고, 같이 욕을 했다는 게 새롭게 드러나면서 이 아이돌 스타가 출연한 TV 예능프로가 통으로 편집되기까지 했다.


후배가 선배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게 아니라 같이 싸웠다는 사실 하나로 인민재판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보면서 이보다 조금 앞서 인터넷을 달군 강원 지역 모 대학의 군기 잡는 사진이 '오버랩' 됐다. 속옷 하나만 달랑 입은 채 시내 한가운데 모여 있는 후배들과 이를 바라보는 예비군복을 입은 선배들의 모습.

두 사건을 보면서 옛날 고교 1학년 이맘때가 생각났다. 당시 나와 동아리 동기들은 방과 후 운동장에 집합해 있었다. 2학년 선배들의 단체 기합과 구타를 군말없이 받기 위해서였다. 이유는 없었다. 그게 전통이라고 했다. 다행히 운동장 구석에 모여서 수상한 낌새를 보이는 학생들을 본 이웃 주민이 학교로 전화를 한 덕에 우리 동기들은 구타를 면할 수 있었다. 당시 동아리는 '도서반'이었다. 구성원 대부분이 이른바 '범생(모범생)'이었다. 그런데도 학기 초의 군기잡기 문화는 불량 서클과 다를 바 없었던 셈이다.


함께 운동장을 뒹굴다 보면 진한 동료애를 느낀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요새 유행어로 하면 단체폭력이 '케미(화학적 융합)'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기합과 구타는 군대 얘기의 단골 주제이기도 하다. 이런 추억이 그럴듯하게 포장돼 TV 예능 프로에 방영되기도 한다.


열일곱 살의 봄, 전통을 빙자한 폭력을 앞에 두고 느낀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다방면에 뛰어나 따라하고 싶었던 선배도 몽둥이를 들고 있으니 그냥 두려운 존재일 뿐이었다. 엄격한 위계질서를 앞세우면 조직관리가 편해진다. '상명하복'이 철저하다 보니 일처리도 빠르다. 다만 그 뿐이다.


조선시대 성리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퇴계 이황은 8년간 '사단칠정' 논쟁을 한 고봉 기대승보다 26살이나 더 많았다. 아들뻘인 나이뿐 아니라 학자로서 명성도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이황은 기대승을 존중했다. 반말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8년에 걸친 기나긴 논쟁을 할 수 있었다. 바꿔 말하면 8년씩이나 논쟁을 해야 했다. 그 결과는 조선 성리학의 한 단계 도약이었다.






전필수 중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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