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유럽에서 마이너스금리로 인한 전산시스템 오작동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9년 Y2K 공포와 비슷한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경보다.
29일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동향센터는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유럽 전산시스템의 오작동 우려 확산'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초단기수신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췄다.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등 중앙은행들도 자국통화가치 급등과 디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올 들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금융상식에 어긋난다. 은행, 브로커, 금융기관들이 마이니스 금리 시대에 맞춰 전산시스템과 금융상품 투자를 둘러싼 법적인 계약까지 수정해야 할 수 있게된다.
이렇게 되면 채권자가 돈을 빌려주면서 되레 웃돈을 줘야 한다. 채무자는 웃돈을 받고 돈을 빌리게 된다.
방코 산탄데르 은행은 "기존의 금융모델이 마이너스 금리를 갖도록 설계되지 않아 일부 오래된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작동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 이후 시중은행들은 투자자들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국채를 더 선호하게 됐다.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라도 디플레이션이 심화돼 국채 실질금리는 플러스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유로존 전체 국채 중 1/4인 9000억달러의 유로존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였다. 금리가 마이너스인 전세게 국채 규모는 2조3500억달러다. 이 중 유로존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다.
디플레이션 압력 해소를 위해 ECB가 3월부터 1조1000억 유로의 양적완화를 한 점도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바뀌는데 일조했다고 봤다.
금융연구원은 "마이너스금리 시대에서 변동금리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에 이자를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희박하지만 플러스 금리를 전제로 한 기존 금융상품들이 모두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되는 전례없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마이너스금리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만큼 전산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Y2K는 컴퓨터가 2000년 이후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결함을 뜻한다. 당시 컴퓨터가 인식하는 연도표기는 두 자리로 2000년을 00년으로 인식하게 되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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