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두산건설이 지난해 9월 발행한 전환사채(CB)가 눈길을 끌고 있다. 물량이 2000억원에 달했는데 회사로서는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투자자들은 이자와 시세차익까지 챙기는 '윈윈효과'를 보게 돼서다.
두산건설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두산건설이 발행한 제84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CB 2000억원치 가운데 지난 25일 기준 169만주, 금액으로는 173억원에 달하는 물량이 전환신청을 끝낸 것으로 집계됐다. 발행총액 가운데 8.7%에 달한다.
특히 전환신청 물량 가운데 100만주 가량은 주가가 1만2000원을 넘어서기 시작한 이달 들어 최근 3주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주가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주식으로 바꿔 충분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전환사채는 만기까지 정해진 기간 단위로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전환 이후에는 주식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채와 주식의 중간형태를 취한 채권이다.
통상 이자수익을 위해 오랜 기간 보유 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만기를 채우는 일이 많은데, 1년도 안 되는 현 시점에 주식으로 바꾸는 물량이 많아지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주가상승폭이 가팔라지면서 전환신청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향후 주가가 추가로 오른다면 전환러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은 전환가액을 당초 1만1700원으로 했으나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 1만200원으로 낮췄다. 26일 종가가 1만2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주식으로 전환하면 30% 가까운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셈이다.
당초 두산건설이 지난해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을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를 보냈다. 업황 회복세가 완연하지 못한 상태인 데다 회사의 재무구조ㆍ신용등급 등을 따졌을 때 발행조건이 다소 불리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청약에서 미달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당시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하면 거래주관을 맡은 증권사 8곳이 인수키로 계약해 배정은 무사히 끝냈다.
최근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목록에서도 두산건설의 전환사채가 주목받았다. 전체 고위공직자 가운데 두번째로 재산이 많은 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원장은 본인 명의로 2만4700주를 포함해 가족이 57만5400주를 갖고있다고 신고했다. 금액으로는 60억원에 달하는 물량이다.
회사 측은 전환신청이 늘면서 차입금으로 잡혀 있는 부채가 감소하고 이자비용도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일 거래량이 2만~3만주 수준이었으나 최근 업종과 함께 부동산 호재 등이 겹쳐 많을 때는 하루 17만주까지 거래량이 늘었다"며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실현, 배당가능, 신규 수주 등 확실한 턴어라운드를 보여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