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경제학자는 왜 성장률 전망치를 소숫점 아래까지 써서 내놓나?” “유머감각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경제학과 경제학자를 소재로 삼은 유머다. 경제학자는 성장률 같은 경제 변수를 예측하는데, 어차피 틀릴 건데 왜 굳이 소숫점 아래 수치까지 전망치를 내놓느냐는 게 이 유머의 메시지다.
많은 자료에서 이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숫자를 처리한다. 의미가 없는 소숫점 아래 숫자를, 심할 경우 세자리까지 표기한다.
한 언론매체는 통일 후 연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4.706%, 3.635%, 3.135%, 2.635% 등으로 열거했다.
다른 신문은 주택청약 경쟁률이 ‘평균 3.63대 1’로 높았다고 전했다. 이 경쟁률이 비교 대상인 수치를 소숫점 둘째 자리에서 근소한 차이로 웃돌았다면 이렇게 전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사 내용을 보면 경쟁률을 소숫점 둘째 자리까지 열거할 비교 대상이 없다.
▷코스피는 이날 전일 대비 8.06포인트(0.40%) 내린 2029.83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소숫점 아래 둘째 자리까지 쓴다고 하더라도 등락한 비율을 0.40%로 소숫점 아래 둘째까지 쓰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 소숫점 아래 한 자리만 써도 충분하다.
설문조사에서 각 항목의 응답자 비율을 69.1%, 23.4%, 7.5%라고 소숫점 아래까지 알려주는 자상함도 대부분 불필요하다.
많은 자료에서 소숫점 아래, 심할 경우 세자리까지 열거하는 이유는? 정확한 것처럼 보이려는 의욕이라고 짐작된다.
수학자 존 앨런 파울로스는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정확성보다 주변을 밝게 비추는 명료함이 더 낫다”고 조언한다. 그는 책 ‘수학자의 신문읽기’ 에서 한 요리의 영양을 1인분에 761㎈라고 설명한 기사를 예로 든다.
“마지막 1㎈는 완전히 무의미하다. 둘째 자리의 6도 거의 마찬가지다. 단지 백의 자리의 7만이 의미 있는 숫자다.” 그는 자신이 수학자임을 아는 한 이웃이 “휘발유 1갤런당 32.15마일을 달렸다”고 자랑스레 들려줬다는 사례도 든다.
자료를 조사하거나 쓴 사람도 기억하지 못하는 소숫점 아래 수치, 이제 버리자.
참고로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음과 같이 소숫점 아래는 필요하지 않을 경우 버린다.
▶모건스탠리의 3분기 순이익이 89% 급증했다.
▶인도네시아 차량 소유자는 2020년이면 54% 증가해 1000명당 74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와 경제성장률 등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변수는 소숫점 아래 한 자리까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