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한ㆍ미ㆍ중 안보 이슈로 급부상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3국 간 치열한 설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우리 정부도 한국안보에 제3자의 관여를 우려하는 공식반응을 내놨다. 중국과 미국의 차관보가 동시에 한국을 방문해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밝히면서 자칫 이 문제가 미국과의 동맹, 중국과의 우호관계에 금이 갈 수 있는 사안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사드는 한국의 대북 핵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그리고 한국의 미ㆍ중관계 전략과 연계돼 있다. 한국은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한다는 계획하에 기술 도입을 위해 미국과 협력을 모색해 왔다. 그러던 중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를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 사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사건 이후 여권 일각에서 이를 공론화한 영향이 크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먼저 불을 지폈다. 나 의원은 지난 8일 "국익 입장에서 배치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중국을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을 꺼냈다. 다음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내 사드 배치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다"며 "이달 말 정책의총에서 의견을 집약하겠다"고 화답했다.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섰다. 지난 11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사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요청(request)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consultation)도 없었고 결정(decision)된 것도 없다"며 우리 정부의 입장은 '3NO'라고 선을 그었다. 사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X-밴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본토까지 미쳐 이 문제에 극도로 민감한 중국이 반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16일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은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며 "미국과 한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타당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도 "사드의 한국 배치는 한중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며 명확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류 부장조리의 발언이 있었던 다음날 사드 관련 주무부서인 국방부는 중국을 겨냥해 불만을 표시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주변국이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해 나름대로 입장은 가질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에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유관국가(한국ㆍ미국)가 관련 결정을 신중하게 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되받았다.
미국은 '의아하다(curious)'는 표현을 써 중국입장을 비판했다. 류젠차오 중국 부장조리에 이어 17일 외교부를 방문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아직 배치되지 않고 여전히 이론적인 문제인 안보 시스템에 대해 제3국이 의사표시를 한 것은 의아하다"고 입을 열었다.그는 다만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탄도 미사일 확장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미 양국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사드 배치 의지를 시사했다.
설전 수위가 높아지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사드는 한미 간 공식적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아무런 상황변화가 없고 현재로서는 이론적인 측면이 많다"고 성격을 규정하며 "정부는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미국은 한국과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한국과 사드 배치 문제를 공식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으며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왜 중국이 반대하느냐는 질문에는 "중국 정부에 물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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