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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주민참여예산제 간섭하는 인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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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2009년에 지어진 성남시청사. 관공서로는 보기 드물게 건물 외벽부가 모두 통유리 구조로 외관이 화려하다. 하지만 여름에는 ‘찜통청사’, 겨울에는 ‘냉동청사’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시청사에 투입된 예산만도 천문학적인 금액인 3378억원에 달한다. '호화청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성남시는 이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는데, 당시 부채가 7300억원이었으니 수천억원이 들어간 시청사 건립이 결국 모라토리엄을 야기한 셈이다.


‘13조 빚더미’에 앉아있는 인천시는 어떠한가.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주경기장을 비롯해 16개 신설 경기장을 짓느라 1조185억원의 시비를 쏟아부었지만 대회가 끝난 현재 경기장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경기장에 투입된 예산만 4600억원으로, 애초 기존의 문학경기장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주민 반발에 부딪쳐 무리하게 신축했다가 두고두고 화근이 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난을 불러온 무분별한 토목·전시성 사업은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선출직 지자체장들이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 임기내 보여주기식 사업을 밀어부치다보니 그 결과는 지방재정의 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지자체마다 주민참여예산제도가 마련돼있어 지자체의 예산 편성을 사전에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제는 타 광역시도보다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주민참여예산 민관협의회’의 역할 때문이다. 민관협의회는 시민제안사업 반영과 예산낭비사업 삭감 등 인천시 예산편성 전반에 대해 시장과 민간위원들이 협의해 심의하는 기구이다.

더욱 눈길을 끈 대목은 인천시장과 민간인 주민참여예산위원장이 민관협의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 아무래도 시장이 공동의장이다보면 민관협의회에서 심의된 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최종예산안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큰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아이러니하게도 인천시의회가 이 민관협의회 운영을 트집잡고 나섰다.
시의회는 독립적 권한으로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는 인천시장이 민관협의회 의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않다며 공동의장을 시장에서 경제부시장으로 격하시키도록 관련 규정 개정안을 만들어 상임위서 통과시켰다. 이에 주민참여예산위 분과위원장들과 시민단체는 시장의 책임성을 약화시킨 개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 내용보다 더 납득이 안가는 것은, 인천시가 시장의 권한인 예산편성에 대해 시민참여를 열어놓은 것을 왜 시의회가 의원발의를 통해 문제를 삼느냐는 부분이다. 시민의 대표기구로서 시민의 재정참여 폭을 더욱 확대해나가지는 못할망정는 거꾸로 인천시를 편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일각에선 시장이 민관협의회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같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주축이 돼 시장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13조의 빚이 앞으로 더 얼마나 늘어날지, 이런 재정위기 속에서 어떻게 인천시 살림을 꾸려갈지 고민될수록 주민들의 예산참여와 감시는 더욱 필요하다. 인천시든, 시의회든간에 주민참여예산제가 만들어진 취지를 제대로 살피고 더 발전적인 방향을 고민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천시의회가 시민의 재정참여 권한을 후퇴시키는 실수를 자처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볼일이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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