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국제 유가가 또 심상치 않은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유럽의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주 9%대 하락한 바 있다. 이번주 첫 거래일인 16일(현지시간)에도 유가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특히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WTI는 전거래일 대비 96센트(2.1%) 내린 배럴당 43.8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40~50달러선에서 바닥을 다지던 WTI 가격이 다시 떨어져 30달러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 증가가 둔화하는 반면 공급 과잉과 유가 하락 요인은 즐비하기 때문이다.
최근 새롭게 불거진 이슈는 이란의 핵 협상이다. 미국과 이란은 이달 말 시한으로 스위스에서 핵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 사안에서 의견이 상당히 좁혀진 상태다. 이란의 막판 결단만 남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 중지에 합의할 경우 미국과 서방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할 방침이다. 산유국 이란에 가장 치명적인 제재가 원유 수출 규제다. 규제가 풀리면 이란은 하루 평균 80만배럴 이상을 더 생산해 대부분 수출 물량으로 돌릴 듯하다.
최근 미 정유 업계의 생산 위축이 주춤해지고 있다. 유가 급락으로 휘청거렸던 북미의 셰일 업계는 최근 비용 감축 등을 통해 저유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지난 13일 현재 미국의 유정 채굴 장비는 56개 감소한 866개다. 그러나 감소세가 급속히 주는 추세여서 이날 WTI는 4.7%나 하락했다.
여기에 미국 내 원유 저장 능력이 85%선을 넘어 재고 줄이기용 유가 할인 경쟁은 가열될 듯하다. 악재가 즐비한 상황에서 국제 유가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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