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대다수가 시간부족에 운동 못해
고무밴드·아령 등 책상 아래에 두고 수시로 간단한 근력운동하면 효과적
계단 오르내리기·스트레칭도 필요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정은영(34·가명)씨는 최근 자신의 '몸'에 투자하는 돈을 늘렸다. 뭉친 근육을 풀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전신마사지를 받는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최근에는 헬스장도 등록했다. 밀가루 섭취는 최대한 줄이고 단백질 위주로 식단도 바꿨다.
#직장인 조우진(43)씨는 주 3회 수영을 한다. 영업직 특성상 거래처와 술을 마시는 일이 많은 조씨는 체중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 수영장을 찾는다. 살기 위해 시작한 수영이 일상 속 '힐링'이 됐다. 조씨는 "하루 일과를 돌이켜보고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무엇보다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의 가장 큰 자산은 '몸'이다. 해가 갈수록 허약해지는 체력을 붙잡기 위해 값비싼 건강식품을 찾는 것도 몸을 위해서다. 직장인들은 스스로 운동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업무를 핑계로 운동에 시간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2일 잡코리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자신이 운동부족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758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운동 상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5.6%가 '운동부족'이라고 답했다. 또 10명 중 4명은 운동을 아예 하지 않고 있다(41.4%)고 응답했다.
◆운동, 하고는 싶지만… =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정작 운동할 시간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업무 과다로 인한 시간 부족'이라고 답변한 직장인들이 36.1%를 차지했다. '게으름 때문'이라고 답변한 직장인도 33.9%나 됐다. 이 밖에도 '운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9.4%) 혹은 '경제적인 여유가 부족해서(9.0%)'라는 답변도 상당수였다.
오히려 운동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는 홍기훈(34)씨는 "퇴근이 늦을 때가 많고 집에 오면 집안일이 쌓여있어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없다"며 "삶이 노동이고 곧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김연희(30)씨는 "헬스장을 등록해봤지만 야근 때문에 못 가는 경우 흐름이 끊기고, 못 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 주중에 운동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은 체중이 불어나거나 배가 나오는 등 외형에 변화가 있거나 잔병치레가 늘어났다고 느낄 때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설문조사에서도 '살쪘다고 생각할 때(36.2%)' 운동 부족을 체감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도 쉽게 피곤함을 느끼거나(25.9%), 몸이 예전 같지 않을 때(21.6%)라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최근 운동을 시작한 직장인 이진형(32)씨는 "배가 계속 나오고 몸이 무거워졌다고 느껴 점심때 짬을 내 일주일에 3일은 헬스장에 간다"며 "건강식품 대신 단백질과 과일 위주로 먹으려고 노력하다보니 몸이 전보다 가뿐해졌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주로 하는 운동은 헬스였다. 인기가 높은 운동을 순서대로 꼽으면 ▲헬스(33.1%) ▲조깅(20.3%) ▲요가(12.4%) ▲자전거(7.7%) ▲수영(7.4%) ▲크로스핏(2.5%) ▲스피닝(2.5%) 순이다. 운동을 하는 시간은 주로 '퇴근 후(81.8%)'였고 출근 전에 한다는 답변도 11.7%나 됐다.
◆건강챙기기,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자= 운동이 어렵다면 일상에서 운동할 기회를 만들고 자세교정 등 제대로 된 습관을 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각종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여유 있는 운동시간을 만들기 어려운 직장인들은 수시로 운동할 수 있도록 책상 주변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사무실 책상 주변을 작은 체육관으로 바꿔보자. 간단한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탄성 있는 고무 밴드와 아령을 책상 아래 두고 수시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틈날 때마다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종일 의자에만 앉아 있으면 근육이 약해져 허리 통증 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한 시간에 한 번 정도는 휴식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 이동할 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퇴근할 때 목적지보다 몇 정거장 일찍 내려 걷는 시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일하다보면 수시로 배가 고파지게 마련이다. 회사에 있을 때에는 음료수나 주전부리, 음식 자판기 등을 멀리해야 한다. 추가적인 칼로리 섭취를 막기 위해 음식은 계획을 세워 먹는 게 바람직하다. 직장 생활을 빌미로 과도한 칼로리를 섭취하면 건강에 무리가 오기 쉽다.
바른 자세도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컴퓨터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직 종사자들은 자세가 특히 중요하다. 허리 통증과 거북목 증후군,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 등 직업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급적 컴퓨터 앞에 몸을 바짝 당기고 모니터는 눈높이와 맞추는 것이 좋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손으로 움직이기 편한 곳에 둬야한다.
장기간 모니터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20~30분에 한 번씩 목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하루 종일 쓸 경우 손목이 저리고 심할 경우 팔과 어깨로 통증이 퍼진다. 가급적 손목보호대를 쓰고 온찜질로 손목 관절과 근육을 잘 풀어줘야 한다. 틈날 때마다 손목을 흔들어주고 스트레칭해주는 것이 좋다.
몸과 마음의 피로가 극도로 쌓일 경우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다 타버린 연료처럼 무기력증에 빠지는 경우를 일컫는다. 수면장애, 우울증, 심리적 회피 등의 증세를 유발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호흡을 가다듬는 것부터 해보자.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는 눈 운동도 뇌를 환기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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