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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논리다] ‘때문’ 자리에 ‘까닭’을 넣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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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논리다] ‘때문’ 자리에 ‘까닭’을 넣는 까닭은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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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 운동주 시 '별 헤는 밤‘ 중

상상력이 강조되는 시기다. 창조와 융합이 요구되는 시대다. 그러나 막상 어떻게 상상하고 창조하며 융합해야 하는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까닭에 여전히 구호와 선언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하는 핵심은 빠진 채 그저 여기저기 슬로건만 외치는 현실을 보면 안타깝다. 그 당위를 깨닫는 데에만 이미 18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타령이다.
- 김경집 책 ‘생각의 융합’ 중


이 시와 에세이에서 공통되는 단어가 ‘까닭’이다.

‘까닭’은 이처럼 자주 ‘때문’ 자리에 잘못 쓰인다. ‘까닭’과 ‘때문’은 둘 다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단어지만 용례는 반대다. ‘때문’은 읽는 순서대로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므로 ‘어떤 원인 때문에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쓰인다. 반면 ‘까닭’은 ‘이런 결과가 발생한 까닭은 어떤 원인’이라고 활용된다.


‘때문’보다 ‘까닭’을 활용한 문장에서 실수가 보인다. 헷갈린다면 ‘까닭’ 대신 ‘이유’를 넣어서 자연스러운지 보면 된다. 위 시와 에세이의 문장을 그렇게 바꿔보자.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중략) 쉬이 아침이 오는 이유이요


그러나 막상 어떻게 상상하고 창조하며 융합해야 하는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이유에 여전히 구호와 선언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시를 보면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이 원인이 돼 ‘쉬이 아침이 온다’가 된다. 뜻이 반대가 된다.


‘이유’로 바꾼 둘째 문장도 어색하다. ‘때문’을 넣어보면 연결이 된다.


그러나 막상 어떻게 상상하고 창조하며 융합해야 하는지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구호와 선언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이 문장은 다른 부분도 다듬으면 더 좋겠다.


그러나 우리는 막상 상상하고 창조하며 융합하는 단계로 들어가면 막막해진다. 상상과 창조와 융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역에서 우리는 여전히 구호와 선언에 머물고 있다.


정리하면 ‘까닭’이 주어로 쓰이지 않았을 때에는 따져보자. 대신 ‘이유’를 넣어보고 그 문장이 부자연스럽거나 헷갈리면 ‘때문’으로 바꿔보자.


우리가 ‘까닭’이라는 단어를 ‘때문’과 혼동하는 까닭은 정확한 글쓰기 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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