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북한이 26일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인상키로 통보하면서 향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미칠 여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주기업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인건비 상승 문제가 아니라 향후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26일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 임금 인상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임금이야 올라갈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협의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통보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개성공단의 최저임금은 남한의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총국 사이의 합의에 따라 결정돼왔다. 2007년 50달러로 시작해 해마다 5%씩 올라 현재 70.45달러 수준으로 인상됐다.
정 회장은 "어떠한 제도든지 변경 전에는 남북 당국이 충분히 협의돼야 하고 합의해야 하는데 이번처럼 북한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는 것은 그만큼 남북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면서 "남북 당국의 합치된 협조 관계가 없이는 공단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확대 발전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임금 인상 자체보다 사회보험료를 더 우려했다. 현 규정에 의하면 15%를 북에 주게 돼 있는데 이번 북측의 요구는 기본노임에 가급금(노동자나 사무원에게 생활비 외에 더 주는 추가 생활비)까지 합친 금액의 15%를 요구하고 있다.
정 회장은 "북측의 통보대로 사회보험료를 초과근무수당격인 가급금이 포함된 임금(평균 170달러)의 15%를 주게 되면 기존에 최저임금(70.35달러) 기준 때보다 배 이상 올라 기업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안정적인 퇴거가 확보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 회장은 "남북 간 대화조차 안 되고 있는 단면이 더 문제인데 이처럼 일방적으로 조치하다보면 향후 없던 규정이 갑자기 생겨버려 기업의 생존 자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3월이 되면 한미군사훈련이 예정돼 있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상황들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데 정부가 전향적으로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정히 안 된다면 입주기업의 안정적인 퇴로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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