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자전거보험' 실적 난항…정부 시장 개입 '헛발질' 연속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4대악(惡) 척결 공약에 따라 선보인 '4대악 보험'이 출시 6개월이 지났지만 가입건수 '제로(0)'의 굴욕을 당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나온 '자전거보험'도 실적 저조에 시달린다. 정부의 과도한 톱다운식 시장 개입이 연이어 헛발질을 한 셈이다.
27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대해상이 지난해 7월1일 출시한 '행복을지키는상해보험(4대악 보험)'은 지금까지 가입계약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보험은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일명 '4대악'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주도해 개발된 상품이다. 게다가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밖에 없어 가입대상을 지방자체단체와 학교 등으로 제한했다.
개인이 가입대상이 아닌 만큼 시장성은 약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보험금융연구센터장은 "취약계층이나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은 시장성이 없어 실수요에 잘 맞춰야 하지만 그런 환경이 갖춰지지 못했고 제도적 인센티브도 없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마지못해 내놓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출시 초기부터 난항이 예고됐다. '4대악 척결 추진본부'는 현대해상외에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에도 출시를 요청했지만 현대해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사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지난해는 지자체의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올해도 실적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자자체 중 예산 규모가 가장 큰 서울시조차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복지건강본부 관계자는 "올해 4대악 보험 관련 예산은 배정하지 않았고, 관련 사안을 검토하지도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4대악 보험 출시 당시 '상품명'에까지 개입했던 금융감독원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금융감독원은 현대해상이 지난해 2월 '프렌즈가드상해보험'으로 보험명칭을 신고하자 다음달 '4대악'을 나타낼 수 있는 명칭으로 변경할 것을 통보하며 출시를 지연시켰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보험업법에 따라 상품의 내용을 잘 알 수 있는 상품명을 반영하도록 돼 있어 이를 따르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4대강 사업'과 함께 추진된 '자전거보험'은 정권교체와 함께 유명무실해졌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에서 판매되던 자전거보험은 가입건수가 2010년 1만7693건(동부화재는 2011년 출시)에서 지난해 2884건(LIG손보 판매중단)으로 대폭 줄었다.
금융위원회가 장애인의 노후를 위한 상품 출시를 유도해 나온 장애인전용연금보험도 쓴 맛을 보고 있다. 지난 5월 NH농협생명과 KDB생명이 출시했지만 지금까지 각각 1140건, 300건에 불과하다. 연금수령액을 높이고 보험료는 낮추겠다는 당초 목표가 현실에 맞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형 상품은 정치적 판단에서 비롯된 만큼 현실성과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정책 보험이 잇따른 실패는 정부와 시장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는 매우 정교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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