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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단통법, 땡전 꼴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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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단통법, 땡전 꼴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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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흥선대원군은 경복궁을 복원하기 위해 '당백전(當百錢)'이란 화폐를 제조, 유통시켰다. 막대한 복원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새 화폐를 발행한 것이다.


당백전은 그 실질가치가 당시 통용화폐인 상평통보의 5∼6배에 불과했던 반면, 명목가치는 실질가치의 약 20배에 달해 발행초기에 쌀값을 무려 6배나 폭등케 하고 백성들을 극도의 궁지에 몰아넣은 구한 말의 대표적인 '악화(惡貨)'로 간주된다. 당시 백성들은 '당백전'에서 가운데 '백'자를 뺀 '당전'을 거세게 발음, '땅전'이라고 불렀고, '땅전'은 훗날 다시 '땡전'으로까지 불렸다.

백성경제 파탄의 주범인 당백전을 폄하하기 위해 당시 사람들이 '땡전'이라고 했다. 우리가 종종 가진 돈이 없음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땡전 한 푼 없다'는 말은 여기서 비롯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단통법'으로 통용되고 있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약칭을 '단말기유통법'으로 통일해 사용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단통법'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단통법은 본래의 뜻이 아닌 이질적인 의미로 풍자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단통법'을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면 단통법을 폄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단통법이)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용도로 많이 쓰이고 역사에 남을 용어가 잘못되게 쓰이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부정적 시선을 약칭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단통법에 대한 풍자는 법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법안에 대한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한 데 따른 비판이다. 먼 훗날 '단통법'이 어떻게 불릴 지 걱정스럽다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우선이다. 호칭보다 가치가 더 중요하다. 단통법이 땡전처럼 불리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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