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e메일 증거능력 쟁점…북한 댓글 맞대응 논리도 쟁점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4)이 징역 3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12일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1심과 2심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대법원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로 엇갈렸다는 점에서 최종 결과를 단언하기 어렵다.
최대 쟁점은 국정원 심리전단 김모씨 e메일에서 발견된 첨부파일의 증거능력 여부다. 서울고법은 트위터 계정, 비밀번호, 활동내용 등을 담은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 트위터 계정 수가 1심 175개에서 2심 716개로 늘어나고, 정치관여 트윗글은 1심 11만3000여건에서 2심 27만4800여건으로 늘어났다.
1심 재판부는 문서의 경우 그 자체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광철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315조(당연히 증거 능력이 있는 서류) 조항을 토대로 서울고법이 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는데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 변호인 측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변호사는 "선거를 앞두고 북한 댓글이 늘어났는데 대응 차원에서 국정원 댓글도 늘어난 것이라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면서 "헌재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렸는데 (사이버 활동으로) 종북세력에 대응하는 것은 국정원의 당연한 역할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고법 판결 이후 야당이 대선의 정통성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이 정치적 부담 없이 법리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 판단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법원 심리는 오는 10월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구속기간은 2개월이지만, 상고심에서 부득이한 경우 2개월 단위로 3차례까지 총 6개월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장보혜 변호사는 "대법원 판단이 길어질 수도 있다. 민사 사건은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제도가 있지만 형사 사건에서는 해당이 안 된다. 대법원이 충분한 심리를 통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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