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실적 저하 근거로 합병 중단 이의 신청
노조 "김정태 회장 경영 실패 탓"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하나금융그룹이 이달말 법원의 하나·외환은행 합병 절차 중단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지의 관건은 외환은행 실적이다. 하나금융이 법원의 결정을 뒤집을만한 소명자료로 제출할 주요 내용이 실적저하이기 때문이다. 법원이 기존에 약속된 '외환은행의 5년 독립경영'을 뒤엎을 만큼 통합이 절실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하나금융은 현 실적추이라면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할 방침이다. 다만, 외환은행 노조는 최근 수년간 실적부진 원인을 독립경영이 아니라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의 경영실패로 단정해 또 다른 갈등이 예상된다.
11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현재 법원에 이의를 제출하기 위한 자료검토와 수집은 모두 마친 상황이다. 이의신청 시기는 이달말로, 오는 23일로 예정된 법원의 인사이동에 맞춰 제출할 예정이다. 법원은 지난 4일 외환은행 노조가 지난달 19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오는 6월말까지 통합 절차를 중단할 것을 결정한 바 있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과거의 외환위기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아보면 금융은 위기가 감지됐을 때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원에서는 중재적 판단을 내렸겠지만 금융시장의 특징이나 현 상황을 담아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에 제출한 자료로는 금융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담은 사례와 외환은행의 4분기 실적 등이 언급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외환은행은 8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본만큼 실적저하가 심각하다는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의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법원은 원결정을 취소하고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든 고등법원에 항고를 할 수 있으며 항고는 결정난 이후 10일내 진행돼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결정적인 소명이 있지 않고서는 이미 인용된 가처분 결정이 번복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탓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처분 인용을 했다는 것은 현재 상화에서 그 가처분 결정이 필요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것으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이나 금융권에서는 법원의 결정이 변경돼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에 인수되기 이전과 이후의 수익력을 비교하며 하나금융의 경영실패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론스타에 인수되면서 인프라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론스타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월급은 많이 올려줬을지 몰라도 전산투자나 시스템 개발 등 경쟁력 강화에 대한 투자는 게을리 했다. 시간이 지나 금리가 떨어지나 보니 수익이 덜 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에 인수되기 전 2011년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이 2억1000만원 수준에서 2012년 약 7700만원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원인에 대해서는 하나금융의 경영능력 부진과 외환카드 분리, 경영간섭 등을 언급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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