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의 김영민(28) 선수는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성문 성격의 글을 올렸다. 외도를 비롯, 지난 잘못을 세세히 열거하며 속죄를 다짐했다. 선수가 직접 작성한 글로 부인에게 전하는 각서였다. 넥센은 복수 매체에 사실을 확인해주면서도 기사화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마음을 다잡은 김 선수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며.
그러나 눈앞에 난 구멍을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구단은 이런 일이 생길 때 적용할 정확한 처벌 기준 등의 내규를 마련하고 선수 관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김 선수가 도마에 오른 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강정호(28ㆍ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선수에 이어 두 번째로 현대의 부름을 받을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나 스키장에서 부주의 탓에 사고를 당해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등 꾸준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당시 구단은 개인훈련 중 발을 헛디뎌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선수단을 관리하는 넥센의 구단 문화에는 관용이 지나치고 한계가 모호한 특징이 있다. 선수들은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룸살롱에서 접대여성들을 불러 '유흥'을 했다. 구단이 묵인하거나 허락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구단 관계자는 "그런 부분(?)까지 관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선수단 분위기를 흐리는 선수에 대한 대응도 미미하다. 기혼자인 한 고참 선수는 후배선수들 앞에서 새 '애인'을 소개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 이게 구단 및 선수단의 분위기고 문화이며 수준이라면 과장일까.
넥센에서 벌어진 일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라면 절대 용납되기 어렵다. 박찬호(42) 선수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뛸 때 원정경기를 하러 간 도시에서 햄버거를 사먹었다는 이유로 토미 라소다(88) 감독에게 훈계을 들었다. 또 그런 행동을 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경고도 받았다. 모두가 지켜보는 스타 선수로서 특급 대우에 걸맞은 행동과 모범을 보이라는 주의였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원정경기를 갈 때 반드시 정장바지과 구두를 착용하는 등 깔끔하고 모범적인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프로야구는 경기력 뿐 아니라 문화 면에서도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구단의 선수 관리와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응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현재 몇몇 구단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개탄스런 수준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