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기대를 모았던 독일과 그리스 재무장관 사이의 만남이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와 국제채권단 간 구제금융 관련 협상의 '1차 시한'이 유로그룹 회의가 열릴 12일로 변경돼 그리스 사태는 더욱 긴박하게 돌아갈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과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첫 만남을 가졌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날 베를린에서 회동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쇼이블레 장관은 기존 합의 사항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단 트로이카가 구제금융 제공 조건으로 그리스와 맺은 약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바루파키스 장관은 "그리스 정부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 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개혁 방안을 만드는 동안 필요한 잠정합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쇼이블레 장관이 그리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라고 강조하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 정도다.
그리스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바루파키스 장관이 유럽 각국을 돌며 구제금융 재협상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며 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공감을 끌어냈지만 순방의 최종 목적지인 독일에서는 입장차만 확인했고 채무재조정에 대해서도 유럽 각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오는 28일로 예상됐던 구제금융 1차 협상 시한이 4일 유럽중앙은행(ECB)의 그리스 국채의 담보인정을 중단 발표로 2주 당겨지며 상황이 더 긴박해 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12일 회의에서 최대채권국 독일 등이 요구한 기존 구제금융 이행과 그리스가 요청한 '가교 프로그램' 중에서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치프라스 총리는 6일 의회에서 새 대통령을 선출하며 종전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대체한 개혁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로그룹 회의와 유럽정상회담에서 가교프로그램에 대한 합의를 끌어낸 다는 게 그리스의 복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날 ECB의 결정에 아테네 증시는 5일 3.3% 급락했다. 은행주들은 10%가 넘는 폭락세를 보였다. 유동성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는 ECB가 협상 타결을 위해 선수를 친 것이라는 게 그리스의 주장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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